나는 양평에서 작업 하고 있는 도예작가다. 중앙선 아신역에서 양평 쪽으로 기차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작은 굴뚝이 서있는 곳이 나의 공간이다. 요즘은 한참 풍로초가 마당가득 귀엽게 피어 있고 가을 국화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나의 작업실은 풀 반 꽃 반이다. 기찻길 너머 사는 화가였던 한 목수는 이곳이 가꾸어지지 않아서 좋다고 했다. 참 좋게 보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보라언니도 화가다. 기차길옆 오후3시, 전철이 지나갈 때면 붉고 파란 꽃의 바람이 분다고 그렸다.어떤 이가 내게 물었다.“꿈이 무엇 입니까?”“꿈이요
60년 군장(軍裝) 가게 외길 인생 도록 도록 토로록… 바늘로 붓글씨를 쓴다. 거미 꽁무니에서 나오는 거미줄처럼 미싱 북실이 벌침 쏘듯 바늘을 따라 요리조리 실밥을 콕콕 박는다. ‘의사 김OO’ 궁서체 명필이다. 인근 병원에서 가운에 이름을 새기는 일이 들어와 가게 안 일감이 수북하다.-오늘은 일감이 제법 많네요. 신문 값 벌어 놓으셨어요?“이렇게 만날 앉아 노니 큰일이야. 밥도 못 먹겠어.” 일거리가 없다고 투덜대던 평소 때와는 표정이 사뭇 다르다. 1986년부터 양평교회 앞에서 ‘청일사’라는 군장판매소를 운영하는 이
정배리에 어린이 생태놀이터 개장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동네 꼬마들로 구성된 어린이 합창단이 신나는 놀이기구에 올라 제비 같은 입을 열어 저마다 고운소리를 낸다. 합창단은 청중들의 박수와 환호에 금방 서너 곡을 소화해냈다. 지휘자도 반주자도 모두 엄마들이다. 핸드폰으로 아이들의 모습을 찍는 사람이나 구경나온 동네어른도 마냥 웃음꽃이 피어난다.서종면 정배2리는 마을을 가로지르는 하천을 따라 조팝꽃, 복사꽃, 팥배꽃, 아카시아 등 늘 꽃이 피고 진다. ‘진살개울’은 개울물
"제 때 구조 가장 보람, 우을증 앓는 대원 많아"지난 주말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았다. 3년이 지나도 진상을 규명하지 못한 이 참사는 온 국민에게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하지만 세월호 이후에도 안전적폐 문제는 해소되지 않아 언제나 재난이 도사리고 있다. 재난의 현장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전선에서 일하는 소방공무원의 이야기를 양서119소방대 김한성 팀장에게 들어보았다.▲소방공무원이 된 계기는…1992년도에 양평군청 산림과 기능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당시 산불은 현장에서 지방자치단체 산림과장이 지휘를 했다. 입사한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은 밥이랑 김치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 주세요.’ 이런 쪽지를 남기고 죽음을 맞이한 젊은 작가의 소식에 국민들은 경악했고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정부는 ‘예술인복지법’을 만들어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예술인의 복지 및 창작활동을 국가차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지원을 미끼로 소위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술인 길들이기 수단으로 활용하다가 결국 탄핵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지금도 언젠가 자신의 작품
모든 국민은 (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2장 11조다. 괄호 안은 ‘법(法)’이 답이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성별, 연령, 신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교육적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국민은 없다.선거 때마다 바뀌는 교육(입시)정책에 따라 일선 학교는 물론 학생이나 학부모 심지어 학원들까지 이리저리 휘둘린다. 때만 되면 교육 개혁을 내세우지만 지난 20년 동안 효율성과 수월성이라는 시장주의에 지배당하면서
대한민국 노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날로 커간다. 일단 노령인구가 많고 그 성장 추세도 가파르다.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 입장에선 그 분들의 거취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양평군은 353개의 경로당과 13개 노인회관, 그리고 65세 이상인 주민이 2만3000명 선을 넘었다. 대한노인회 양평군지회 김용녕 회장은 공직경험과 지방의회 의원직을 두루 거쳤다. 이래저래 궁금증이 일어 찾은 노인회관은 의외로 군대처럼 일사분란하다. 김 회장도 소크라테스 시절부터 써왔다는 ‘젊은 것들’에 대한 근심과 왕년에 했던 일에 대한 자부심 가득한 말씀이 이
보록~ 보록~ 토로록. 힘겹게 이랑을 타는 관리기의 시동을 끄고 흙덩이를 발로 툭툭 차며 다가오는 최창은 양평군주민자치협의회장은 헐렁한 운동복에 장화까지 영락없는 농부다. 양복 입은 모습이 익숙한 눈엔 왠지 낯설다. “아니 뭘 여기까지 오셔 그래. 이거 작년에 내가 농사져서 내린 건데 몸에 좋대 드셔봐.” 미안한 듯 양파즙을 내민다.“대통령선거가 코앞인데 양평사람 입장에서 바라는 점을 들어보려 왔죠.” 최 회장은 옷에 먼지를 털며 농막 옆 의자를 권한다. “해주면 좋지. 근데 우리 같은 사람 얘길 듣기나 하겠어? 사격장, 군부대 이
예스러운 한옥, 따뜻한 아랫목에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오붓하게 차를 마시는 모습은 현대인이 꿈꾸는 미래일 듯하다. 용문면 연수리 학골에서 꿈을 현실로 이끌어주는 사람, 특히 구들을 잘 놓기로 유명한 한옥장인 신장선(66)씨가 양평에서 황토집짓기학교 문을 연 지 6년째다. “돈도 많이 벌어 봤고 부지기수로 까먹기도 했죠. 집이 강원도 영월이에요. 한 해는 옥수수 농사로 재미를 봤는데 이듬해 꿩을 길러 박제를 만들어 수출한다고 홀랑 털어먹고 농협 빚 100만원 빌려 스물여섯 살 먹어서 고추농사해서 서울 아파트 세 채 값
일제가 말살한 우리고유 ‘놓고씨름’,의병활동지 제천서 복원 연구 활동“배려 깃든 전통무예 확산 숙원” 무림의 고수를 경기도와 강원도를 넘나들며 찾아 나섰다. 단월면 명성리 폐교를 손봐 수련원으로 개조한 ‘무예원’은 무예달인 다운 근육질 몸매에 눈이 부리부리한 원장이 있을 것이란 상상은 한방에 날아갔다. 마치 한줌거리 밖에 안 될 듯 아담하고 날렵한 몸매, 그렇지만 백만볼트짜리 레이저 눈빛하나로 손님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김명근(무예원 원장)씨는 본래 서울내기로 양평으로 이사 온 지 19년 됐다. 부친이
지금까지 마을 발전을 위한 여러 요소에 대해 말씀드리면서 마을발전의 단계론적 접근을 언급했습니다. 마을은 가장 먼저 생활공동체로서의 기반을 형성해야 하고, 두 번째로 학습공동체로서 마을의 역량을 강화해야 하며, 세 번째 단계로 두 가지의 기초위에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번 회에는 마지막 단계인 나눔 공동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인생을 꿈꿉니다. 하지만 ‘행복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도 연재를 시작하면서 말씀드렸습니다. 더불어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낄 때는 바로 자신의 존재감
단테의 신곡은 인생의 중반기에 들어선 주인공이 속세에서 방황할 때에 한 시인을 만나 그의 안내로 지옥과 연옥, 천국을 일주일동안 순례하는 것이 그 줄거리다. 첫 연은 이렇다.‘인생의 중반기에서 올바른 길을 벗어난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캄캄한 숲 속에 있었다. 그 가열하고도 황량한, 준엄한 숲이 어떤 것이었는지 입에 담기조차 괴롭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그 괴로움이란 진정 죽음과도 같은 것이었다.’생의 고달픔을 시적詩的으로 표현한 책이다.그 삶에서 조금 벗어난, 얼마 전 오빠가 세상을 떠났다. 그도 평생 몸서리처지는 삶을 살았
농촌에서의 경제활동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소득 향상을 위해 수많은 예산을 투입해왔지만 체감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촌은 고령화된 모습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습니다. 양평도 향후 10년 후를 생각해보면 고령화가 점점 심각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농촌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젊은 인구의 유입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며, 경제활동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해결책입니다. 행복공동체 지역만들기의 3단계 과제로 경제공동체 만들기를 설정한 것도 이러한 현실과
1960년대 여의도 개발부터 평창올림픽 시설까지축소판 세상 만들어 대한민국 역사 한눈에 보다웬만한 대형건축물, 손닿지 않은 모형 없을 정도모형제작 인생 50주년 기념해강하면에 ‘기흥성뮤지엄’ 개관세상 축소해 과거 기록손끝으로 또 다른 미래 세상을 축소해 과거를 기록하고 미래에 남기는 ‘소인국의 걸리버 할아버지’ 기흥성. 올해로 모형 제작 인생 50년을 맞은 그는 이 분야 대가로 손꼽힌다. 미니어처 제작의 선구자로서 아버지와 건축 후학들을 위해 자신의 작품 인생을 총망라하는 ‘기흥성 뮤지엄’이 지난 1일 강하면 전수리에 문을 열었다.
중학생 “잘못한 대통령 벌받아야…다른 학교선 시국선언 준비한대요”연말대목?… 손사래치는 대리기사“청와대가 우리 남은 밥줄까지 끊어” 요즘 세상에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대통령과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 사태를 맞아 온 국민이 그야말로 멘붕(멘탈 붕괴) 상태에 빠졌다. 어디가나 최순실과 청와대 이야기다. 배달부는 상인, 학생, 군인 등 여러 주민을 만나 그들의 속내를 들었다. 정치 얘기를 선뜻 꺼내는 것이 조심스러웠건만 요새는 말도 꺼내기 전에 먼저 치고 나온다.#“말도 마세요. 손님이 뚝 끊겼어요. 밖에서 술
“오늘날의 시인들은 회의적이고 의심이 많고 특히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 자신이 시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럽기까지 한 것처럼 대중들 앞에서 스스로가 시인이라는 것을 밝히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시끄럽고 요란한 이런 시대에 시인이라는 말은 너무 깊이 감춰져있어 자신조차도 확신하기 힘들다. 시인의 장점을 주절주절 늘어놓는 것보다 단점을 인정하고 고백하는 편이 한결 쉬운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쉼보로스카 시인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감중 의 한 구절이다. 그가 개인적으로 만난 브로츠키(1987년 노벨 문학상 수상)가 자신을 시인이
방아 다 찧으셨다고, 쌀은 많이 나왔어요? “에이~ 형편없어. 남들은 작년보다 소출이 많이 났다는데 난 그것만 못해. 막판에 벼멸구가 덤벼서 수확이 확 줄었어. 농약을 칠 수가 있나 원… ‘새누리’인지 뭔지 이름도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이 품종이 멸구에 약한가봐. 밥맛은 괜찮습디다.”수원으로 나가살다 나이 50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15년째 틈틈이 농사를 짓는 최규식(서종면 정배리)씨 표정이 썩 밝지만 않다. “벼농사 많이 짓는 양반들 요새 속이 말이 아냐. 정미소에서 아예 수매를 안 한데잖우. 이 동네는 농협이나 양
임원들의 열정을 바탕으로 마을 일을 추진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체제가 갖추어지고, 주민들이 마을 환경개선을 위한 정기적인 울력을 시행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로 자리가 잡혔다면, 마을 발전을 위한 든든한 기초가 구축된 것입니다. 이제 이를 더 굳건하게 할 작업이 필요합니다. 즉 마을발전을 위한 기름진 토양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농사를 시작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살피는 것이 땅의 상태를 점검하고 비옥하게 만드는 것이듯 마을발전을 위한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을이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마을 일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
봄이었나, 북카페 ‘조르쥬 상드’ 창가에서 밖을 무심히 내다보니 옆 장로교회의 목사님 두 분이 걸어오고 있었다. 순간 그들에게서 빛이 아롱지는 걸 잠깐 사이 본 것 같았다. 봄날 아지랑이던가 곰곰 생각하니 그때 내 마음이 견딜 수없이 슬픔으로 차있었다.목사님은 예배시간에 자주 자신의 어린 시절 허물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려주곤 했다. 아픈 어린 날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일까. 어느 땐 말할 수 없는 치부도 스스럼없이 말하는, 심리적으로 어느 곳까지 도달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 허물까지도 여럿이 공유해도 괜찮다는 하염없는
농사가 기원인 정원, 그 정직한 시간의 기록온전한 휴식 누리고 ‘바라봄’이 가능한 정원 소설가 헤르만 헤세의 책 ‘정원 일의 즐거움’에 이렇게 쓰여 있다. “나는 유감스럽게도 쉽고 편안하게 사는 법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는데, 그건 아름답게 사는 것이다.”상상력으로 자연의 일부분을 만들어내는 정원사의 일은 시인이나 화가의 일과도 다름없다. 사람은 모름지기 자신이 좋아하고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에 닮아가기 마련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동화작가 타샤 투더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의 주인으로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