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농축수산물 사용합니다’, ‘친환경을 지향합니다’,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내 식구 먹을 음식을 만들 때야 당연한 말이지만 외식업체에선 좀체 지키기 힘든 약속이다. 건강보다 ‘맛’이, 질보다 ‘가격’이, 음식보다 ‘분위기’가 중요해진 요즘엔 더욱 그렇다. TV에서 유명 외식업체 대표가 조리사인양 설탕과 각종 소스로 버무린 요리를 선보이는 걸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지난 21일 강상면 현대성우아파트 인근에 수제반찬전문 ‘자연을 담아’를 개업한 오은택(40) 사장의 고민도 다르지 않다. 호텔 한식파트장, 대형외식업체 등에서 일하던 그는 후배 두 명과 친환경외식브랜드를 만들어 막걸리, 유기농쌈뷔페 등을 운영하다 기업투자를 받게 됐다. 그 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기업의 시스템 속에서 그들이 세운 원칙을 지키기는 역부족이었다. 퇴사해 외식업체에서 다시 근무를 했지만 회의가 밀려왔다.

술안주와 반찬을 겸한 요리를 하루 2가지씩 만든다.

“이런 음식을 만들어야하는가 자괴감이 들었다. 예전엔 우월한 맛으로 경쟁력을 갖추면 좋은 식재료를 쓸 수 있었다. 가격경쟁시대엔 저렴한 비용으로 맛을 내기 위해 인공감미료를 쓰고, 인건비를 절약하려고 위생적인 조리과정을 생략한다. 형편없는 식재료도 마다할 수 없다. 직함만 조리사지 즉석식품 만드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심기일전해 수제반찬 전문점을 창업한 이유를 물었다. 오 사장은 ‘음식의 가치’를 소비자들과 나누고, 친환경음식의 문턱을 낮추고 싶단다. 누구나 만 원짜리 한 장으로 제대로 만든 음식 두세 가지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단다.

우리콩간장을 베이스로 만든 샐러드소스가 일품이다.

‘자연을 담아’ 메뉴는 오전 11시에 온라인사이트에 공지한다. 그날 나온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구입해 조리를 한다. 요일별 메뉴를 미리 정하면 식재료 상태가 좋지 않아도 만들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샐러드 1가지, 요리류 2가지, 밑반찬 4가지, 국․찌개 1가지로 건강한 밥상을 대신 차려준다.

샐러드는 두부와 닭가슴살 두 가지를 번갈아하는데, 닭가슴살도 부드럽지만 곁들이는 소스가 일품이다. 우리콩간장에 발효식초, 마늘, 참기름, 설탕을 배합하는데 흔한 발사믹소스를 예상했다 깜짝 놀랐다. 요리류는 안동찜닭, 고추장닭구이, 오징어초회, 제육볶음, 불고기, 떡갈비, 고등어조림 등인데, 술안주와 반찬을 겸한 2인분 포장이다. 밑반찬은 시래기나물, 건취나물, 멸치볶음, 뱅어포구이, 무말랭이, 군두부 등을 번갈아내고 겉절이는 매일 낸다.

호텔 한식파트장 출신 오은택 사장

매장 접근성이 좋지 않아 배달 여부를 물으니 소비자에게 음식과 맛을 설명하고 교감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싶지 않다고 답한다. 정성을 다해 만드는데 매장을 방문하는 성의 정도는 있지 않겠냐고 되묻는다. 음식을 통한 생산자, 조리사, 소비자 간의 교감을 기대해보고 싶다.

■시간 : 오전 9시~ 오후 8시, 일요일 휴무

■위치 : 강상면 강남로 893 

■가격 : 밑반찬 3000~5000원, 샐러드 3000~4000원, 국․찌개(2인) 5000원~6000원, 요리류(2인) 5000원~8000원 (오전 11시 온라인사이트에 메뉴 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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