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만㎡ 규모 세미원으론 정원조성 한계

두물머리까지 확장한 생태관광 비전 필요

교통정책, 주민 삶의 질 개선책 제시해야

 

울산을 상징하는 대나무를 이용해 간결하게 조성한 십리대숲. 낮에는 시원한 그늘을, 야간에는 조명 하나로 환상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울산 태화강국가정원 사례에서 보듯이 지방정원 지정은 끝이 아니다. 국가정원으로 발돋움하는 것을 목표로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연간 158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태화강국가정원은 생태, 대나무, 무궁화, 참여, 계절, 물 등 6개 주제와 29개의 소주제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매년 5월 ‘봄꽃대향연’ 10월 ‘가을국향’이 열리고, 여름에는 대나무 군락지인 십리대숲이 시원한 그늘에서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또, 백로와 떼까마귀 등 철새들의 낙원으로도 유명하다.

태화강국가정원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강을 따라 조성된 수변공원인 탓에 울타리를 치고 문을 만들어 관리비용을 들이는 대신 개방형으로 조성해 시민들이 언제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강을 따라 이어지는 자전거도로와 산책로, 가운데 자리 잡은 십리대숲, 도심 쪽으로 조성된 소정원들 모두 간결하고 세련된 도심 공원의 이미지다.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이나 휴게 공간, 놀이 공간 모두 과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통일성을 느끼게 했다.

 

순천만국제정원은 순천만습지로의 이동을 위한 스카이큐브를 운행하고 있다.

반면, 연간 50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는 순천만국가정원은 들어서는 순간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느끼게 한다. 정원 한 가운데를 흐르는 동천을 중심으로 정원과 습지, 수목원 등으로 구성돼있는데, 순천만습지까지 관람하려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순천만국가정원은 정원만 55개소로, 1월 하순에서 11월 말까지 계절별로 피는 다양한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일 년 내내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세계정원, 전통정원, 습지, 다양한 조형물까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으니 관람객 입장에서는 다 만족스럽지는 못 해도 마음에 드는 정원 한 두 곳은 있기 마련이고, 그 계절에 피는 꽃 또한 언제나 보게 될 거 같다.

또, 순천만습지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우리나라 사진작가들이 선정한 10대 낙조 명소 중 하나다. 해질녘 30여분을 걸어 전망대에 오르니 갈대가 황금물결을 이루는 가을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정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순천만국제정원을 순회하는 관람차

규모가 큰 만큼 정원을 순회하는 관람차, 순천만습지로의 이동을 위한 스카이큐브를 운행하고 있다. 습지에서는 순천만을 배로 돌아보는 유람선도 운영한다.

국가정원 내 시설을 모두 즐기려니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성인 기준으로 국가정원 입장료 8000원(순천만습지까지 관람 가능), 관람차 3000원, 스카이큐브(왕복) 8000원, 순천만습지 유람선 탑승료 8000원이 들었다. 수상자전거, 한방체험, 다도, 세계의상체험 비용은 3000원~1만원이다. 차 한 잔 마시면서 유료체험 한 가지를 즐기니 4만원 정도가 들었다. 유료시설에 걸맞은 다양한 코스가 있고, 각종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세미원 경기도 지방정원 1호 등록 기념식이 지난 17일 열렸다. 참석자들이 현판 제막식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양평군청)

세미원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50만명 정도다. 연꽃이 피는 여름철을 전후로 관광객이 북적이지만 비수기도 길다. 게다가 세미원의 상징인 연꽃은 두물머리에서도 무료로 볼 수 있어 관광객 유입을 위해서는 다양한 유인요소가 절실하다.

그런데 세미원이 지방정원에 걸맞은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이후 국가정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원 규모의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 현재 세미원은 12만7085㎡ 규모로, 순천만국가정원(111만2000㎡)과는 물론이거니와 지방정원으로 지정될 당시의 태화강국가정원(83만5452㎡)과 비교해도 매우 협소한 수준이다.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만한 장소가 없다는 얘기다. 지방정원에서 국가정원으로 가려면 정원의 총 면적이 30만㎡ 이상이어야 하고, 다른 주제별로 조성한 정원이 5종 이상이어야 한다. 두물머리까지 정원을 확장하지 않고서는 길이 없다.

양평군은 지난 5월 생태환경 및 수자원 보호와 생태관광 시스템 발굴 등을 목적으로 추진한 ‘두물머리 생태관광자원화 기본계획 수립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 용역은 두물머리 섬지역을 주 대상지로 세미원과 양수역 일원까지를 포괄하는 5개년(2019~2023년) 계획을 담았는데, 양서지역 주민들의 불만인 주말 교통체증 개선책과 주민 삶의 질 제고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했다.

“구슬이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순천만과 태화강 국가정원을 둘러보며 세미원을 포함한 두물머리가 갖고 있는 가치와 가능성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문제는 제대로 꿰어 양평과 경기도의 보배, 나아가 우리나라의 보배로 만들어내는 뚝심과 전략이다. 다시 시작이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