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탐방②-농업회사법인 ㈜본프레쉬

양평군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환경개선사업 지원, 테크노파크 기술지원, 국내외전시회 지원, 해외통상진흥정책 등 올해 총 4억(군비 2억, 도비 1억, 국비 1억)원을 투자해 신규 기업 발굴과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 사업의 성과로 지난해 11월 농업회사법인 ㈜본프레쉬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의 본사를 용문면 화전리로 확장 이전하며 양평행을 택했다.

지난 20일 본프레쉬 공장을 찾아 고무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고무현 농업회사법인;㈜본프레쉬 대표

◇ 4년 연속 성장 기업

는 2012년 설립됐다. 국내 간편식 시장 중 빠르게 수요가 늘고 있는 신선편의식품 분야에서 4년 연속 꾸준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대표제품은 프리미엄샐러드와 조각과일이다.

본프레쉬 양평공장은 30억원을 들여 최신식 생산라인을 갖추고 HACCP 인증까지 받았다. 매일 가공채소, 과일, 소스류 등 15종의 제품 5000여개를 생산하고 있다. 15종 중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영양은 물론 시각과 미각까지 사로잡은 식사용 샐러드다.

주요거래처는 풀무원, 할리스커피, CU편의점, 푸드머스 등이며, 학교급식으로도 납품하고 있다. 학교급식은 자격요건이 까다롭다. 요건 중에는 수돗물을 이용해야 하는 조항이 있는데, 군에서 환경개선사업비를 지원받아 상수도공사를 마쳤다.

◇ 친환경농가 많아 양평으로 이전

고무현 대표가 양평으로 이전한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규제 덕분이다. 상수원보호구역의 개발 제약으로 친환경 농가가 많아 지역농가와 협업해 물류비도 줄이고 품질 좋은 친환경 작물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고 대표는 풀무원에서 신사업 기획 및 신제품 개발을 담당하던 연구원이었다. 그가 개발한 ‘풀무원 어린잎’은 풀무원의 최고 매출(80억원) 상품이 되기도 했다. 그는 12년간 풀무원에서 농가와 대기업 간의 크고 작은 문제를 접하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농민, 가공업체, 소비자 모두 행복해야 하는데 생산부분이 열악했다.

대기업은 계약한 품질 수준의 제품만을 요구하는데 생산농가들은 날씨 등의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에 영향을 받으면 무방비였다. 또 대부분 외국인노동자 고용을 통한 비용 절감 방식으로 수익이 결정됐다.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고품질의 상품을 만들 수 있을까에 대해 늘 고민했다.

네덜란드, 이탈리아, 벨기에, 호주, 미국, 일본, 멕시코 등 선진 농업국의 자동화 기술과 재배 기술을 국내 농가에 적용하고, 풀무원에서 얻은 노하우를 통해 대기업과도 파트너십을 맺을 계획을 세웠다. 지역 농가와 기술도 공유하면서 함께 발전하기 위해 경북 양양으로 귀농해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했다. 그러나 2013년 퇴직금으로 선진기술을 도입해 지은 비닐하우스가 폭설로 무너지면서 가동도 해보지 못하고 수억원을 날리는 상황을 맞았다. 오랫동안 준비한 사업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지만 당황할 여력조차 없어 투자 유치에 온 힘을 쏟았다. 그 결과 중소기업자금 60억원을 투자받아 생산농장을 확보하고, 양평으로 본사도 이전하게 됐다.

본프레쉬 베스트셀러 샐러드 3종

◇ 건강먹거리 시장 수요 증대

고 대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사업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건강한 식단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유기농 채소와 과일을 주재료로 한 건강식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어느 식품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프리미엄 샐러드 시장은 재료의 품질이 승패를 결정하고 위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샐러드 전처리 공정은 원물입고-저장-선별/절단/다듬기-세척-소독-헹굼-탈수-내포장-금속검출기-외포장-출고 순으로 이뤄진다. 사람이 직접 검수하는 과정은 대규모 자동화시스템으로 이뤄지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유리하다. 여기에 본프레쉬는 갈변방지 독자기술까지 보유하고 있다. 고 대표는 농가와 직거래를 통해 안정적으로 좋은 품질의 제철 식재료를 제공받는 다면 생산자-가공업체-소비자가 모두 만족하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의 확신은 매년 늘어가는 영업이익과 투자유치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본프레쉬의 제품은 재구매율이 높아 4년 연속 급성장을 하고 있다. 생산 제품은 수도권 지역으로 유통사들을 통해 납품되고 있다. 직접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배달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본프레쉬에서 매일 15종의 제품이 생산된다.

◇ 양평형 스마트팜 모델 만드는 그린디자이너

고 대표는 건강먹거리에 대한 수요로 농업의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 땅 중심 농사를 짓고 있다. 허리 숙여 일하는 방식이다. 농업선진국들은 70~80% 정도(우리나라 40~50%) 자동화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재배 기술과 농업 자동화 시설을 도입한다면 어느 나라보다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ICT를 활용해 생산 집적화, 혁신인력 양성, 기술혁신 기능을 필수로 양평의 특성에 맞는 첨단농업 핵심거점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고 대표의 목표다. 줄어드는 경작지, 이상기후와 물 부족, 대규모 병해충 발생 등 기존 기술로는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을 풀어갈 수 있는 대안으로 스마트팜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가 구상하는 스마트팜은 과잉투자 없는 가성비 좋은 지역특화형이다. 은퇴한 부부가 치킨집이나 카페가 아닌 스마트팜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모델을 구축하는 ‘그린디자이너’가 그가 구상하는 지역사회와 공존해가는 방식이다. 이 모델을 교육하고 체험하고 관광상품으로까지 개발 할 수 있는 사업을 양평군에 제안할 예정이다.

◇ 지역사회와 긴밀한 네트워크 형성

본프레쉬에는 11월 현재 32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직원 중에는 장애인부터 20~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의 지역주민(32명 중 25명 지역주민)이 취업해 일자리창출에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

고 대표는 퇴직 직원들에게 임대 또는 투자방식으로 농장을 분양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노령인구가 많은 양평에서 은퇴 후에도 원할 때까지 일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질 좋은 농산물의 판로를 고민하고 있는 농가나 작목반과 꾸러미상품 등의 상품개발도 기획 중이다.

고 대표는 “믿음, 신뢰, 정직 세 가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기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용문면 화전리 공장 전경

<취재후기>

지역에서 신선한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은 신선편의제품 업체에겐 큰 이점이지만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다. 취재를 통해 본프레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비결을 짚어보니 농부-기업-소비자 모두 ‘윈윈’하는 사업 모델, 의미 있는 관계망 형성, 영향력 증가 등을 꼽을 수 있었다.

고무현 대표가 지역사회와 형성하고자 하는 긴밀한 관계망은 경영의 다양한 부분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지역사회와 연관돼있다는 인식은 소비자의 구매 행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로컬푸드매장이나 편의점에서 본프레쉬의 제품을 만난다면 신선한 프리미엄 샐러드로 우아한 사치를 누리며 건강한 한 끼를 나에게 선물하고 싶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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