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중, 체인지업 양평캠퍼스에서 이동수업

양평교육지원청, “추가검사 결과 안전 문제없다”

학부모들 “전자현미경템으로 전면검사 실시하라”

지평중 학생들이 지난 17일부터 용문면 체인지업캠퍼스에서 이동수업을 하고 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학생들.

내진보강공사로 인한 석면검출로 양평교육지원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지평면 지평중학교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평중학교는 지난 17일부터 학교를 폐쇄하고 재청소와 잔재물 검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양평교육지원청은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만 고수하고 있어 불통행정이라는 지적이다.

문제의 발단은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7월25일부터 진행한 지평중학교 8개소에 대한 내진보강 공사다. 내진보강공사 일환으로 지평중학교는 기둥을 세우기 위해 5개소의 천장 일부를 뜯어내는 석면공사(50㎡규모)를 진행했는데, 문제는 석면공사 사후 처리과정이 불충분했던 것에서 비롯됐다.

학부모들의 주장에 따르면 8월16일 개학해보니 교무실 및 교실의 사물 및 책걸상이 비닐보양조차 안 된 상태로 공사가 진행돼 있었고, 부분적으로 천장이 뚫린 채 노출된 상태였다. 학부모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문제를 제기했고, 지평중은 9월1~3일 청소전문업체를 통해 청소를 진행한 후 13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 의뢰해 석면잔재물 검사를 투과전자현미경템(TEM) 방식으로 실시했다.

지난 1일 검사결과 5개소 중 4곳에서 백석면이 검출됐고, 1개소에서는 트레몰라이트가 검출됐다.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공문을 발송해 지평중학교, 양평교육지원청, 경기도교육청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또 이와 별도로 지난 8일 학교건물 주변에 방치된 텍스를 발견해 검사를 의뢰한 결과 석면(4%)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학교에 방치됐던 석면폐기물(사진제공=지평중 학부모 비상대책위원회)

하지만 양평교육지원청은 이번 검사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양평교육지원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석면 건축물 실내공기 중 석면 측정 방법은 4가지다. 학부모들이 검사한 방법은 투과전자현미경템 방식으로, 가장 정확하게 석면을 구분할 수 있는 분석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료(思料)의 전 과정이 복잡하고 분석시간이 오래 걸린다. 위상차현미경(PCM) 방법은 현재 국내에서 쓰이는 일반적인 분석방법이지만 섬유의 모양으로 분석하는 탓에 석면과 비석면을 구분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적시돼있다.

양평교육지원청은 위상차현미경(PCM) 방법으로 검사한 결과 석면이 검출되지 않은 점을 들어 지평중학교 건물이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학부모들이 시료를 채취한 방법이 바람을 일으킨 후 필터로 채취하는 방식(호흡질환 특성 상 공기 샘플링 검사)이 아니라 물티슈 및 마른헝겊으로 침착먼지를 채취(거주성 평가가 아닌 석면존재 여부 검사)한 것이라 국내에서 시행하는 일반적인 검사 방식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평중학교는 학교 건물을 폐쇄하고 지난 18일부터 경기도와 양평군의 지원으로 용문면 체인지업캠퍼스에서 이동수업을 진행하는 한편 건물청소 후 투과전자현미경템 검사를 실시한다. 학생들의 불편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양평교육지원청은 석면 잔재물 검사 방법을 문제 삼으며 검사비용 명목의 예산지원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사를 진행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관계자는 “학교가 요청한 방식으로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방법보다 중요한 것은 석면잔재물이 나왔다는 사실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주민들은 양평교육지원청의 대처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주민은 “내진공사를 진행하지 않은 학교가 아직 많다. 경기도교육청에 안전하게 공사가 진행되도록 매뉴얼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면 되는 문제인데, 왜 양평교육지원청이 나서서 문제를 키우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나 교직원의 마음도 착잡하다. 한 교직원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교를 믿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교사들이 정상적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동요하지 않겠냐”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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