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시론> 용은성 편집국장

“백범을 따르는 우리들, 몽양을 따르는 우리들이 다른 모든 우리들과 함께 힘을 모아 우리 자신을 모멸하는 것들만 빼고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자는 다짐을 하려는 것입니다.” 민족의 위기 상황에서 죄우합작과 평화통일 운동의 선구자였던 몽양(夢陽) 여운형(1886~1947) 선생의 70주기 추모식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추모행사를 주최한 이부영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장은 추모식사에서 “몽양 선생님 70주기를 맞는 저희는 다시 민족의 위기와 절멸을 걱정하고 있다”며 “몽양 선생님께서도 조국과 민족의 모습을 참담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좌익의 대명사로 통했던 몽양은 2005년 독립운동 서훈 2급인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고 2008년에는 1급인 대한민국장으로 승급 추서됐다.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몽양기념사업회)는 나아가 몽양 70주기를 맞은 올해 그를 백범 김구와 연결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회장은 “매년 서울 우이동 묘소에서 열던 추모식을 올해는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기로 했다”며 “몽양과 백범은 노선이 달랐지만 몽양이 돌아간 뒤 그 뜻을 계승한 이가 백범이었다”면서 “몽양과 백범을 따르는 후진들이 힘을 합쳐 남북 화해협력과 평화공존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평화 통일을 이룩하자는 뜻”이라고 했다.

아무튼 생전의 백범과 몽양이 지향하는 바가 서로 달랐다 하더라도 두 민족주의자는 자주독립과 평화통일운동의 스승이다. (우남의 보수와 다른) ‘백범의 진짜 보수’와 ‘몽양과 죽산의 진보’가 부활한다면 우리 정치가 제대로 된 좌우의 날개를 가지고 똑바로 날지 않을까. 그래서 몽양 70주기 추모식을 백범기념관에서 개최한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양서면 신원리에 몽양여운형 생가·기념관(몽양기념관)이 있다. 이제껏 추모식을 몽양기념관에서 개최하진 않았으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추모행사의 주최 명단에 양평군이 있었다. 김선교 군수는 몽양 학술심포지엄에도 참석해 환영사를 했다. 올해는 주최는커녕 후원 기관·단체에도 이름이 빠졌다. 보도자료도 내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양평군이 몽양기념관 위탁운영 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몽양기념사업회와 갈등을 겪은 건 주지의 사실이다. 몽양기념사업회가 몽양기념관 위탁운영 사업자에서 기념사업회를 배제한 양평군의 행정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한 행정심판은 기각됐다. 이를 두고 김선교 군수는 자못 상기된 표정으로 “이부영을 이겼다”고 최근 본지 기자에게 자랑스레 말했다.

군의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군 밖에서 몽양 기념사업을 하는 게 결단코 용인될 일이 아닌가? 몽양은 양평 출신이기 전에 전국적·세계적 지도자다. 그런 몽양을 양평군 안에 가둬놓고 기념사업을 하려는 것은 몽양을 다시 묶어두려는 의식의 표현일 뿐이다. 몽양의 리더십은 분열된 민족의 통합에서 나왔다. 몽양기념사업회와 오랜 갈등을 겪고, 이부영 회장과 사이가 좋지 않다고 몽양의 70주기 추모식에 외면한 군수의 모습은 많은 군민들에게 실망을 넘어 옹졸한 처사다.

또 하나, 최근 군내 웬만한 행사와 기념식에 참석한 김선교 군수 옆에 한명현 체육회 사무국장이 거의 매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체육과 관련 없는 행사에도 그렇다. 몽양은 스포츠 외교를 활용한 체육인이기도 하다. 한 국장의 시간이 많은 모양인데 몽양 70주기 추모식에 군수와 함께 참석했다면 얼마나 보기 좋았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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