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천 서울대 교수 ‘일상_의 Ordinary’展

‘그림은 생활을 넘어선 것이어서 좋다. 일상생활일 때 더욱 좋다.’, ‘그림은 시대의 표현이어서 좋다. 시대를 넘어선 것이어서 더욱 좋다.’ ‘그림과 이율배반’이라는 윤동천(60·서종면 문호리) 서울대 미대 교수의 33년 전 작가노트 중 일부다.

윤 교수는 예술이 소수의 작가에 의해 생산된 특별한 것이라는 엘리트주의적 예술관에 대해 ‘일상이 예술’이라는 반성적 메시지를 던져왔다. 그의 모든 작품과 전시는 예술을 일상으로 되돌리려는 여러 각도의 시도다. 지배자의 권위와 무거운 주제를 일상의 예술로 통렬히 풍자한다.

‘위대한 퍼포먼스’ 연작이라는 타이틀로 미술관 1층에 전시된 작품. 촛불집회 사진을 보고 수많은 점들로 완성했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 모호성을 드러내며 예술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얽히다, 고무줄 드로잉2, 2017, 벽면에 아크릴릭, 341×667㎝. 얽히고설킨 관계를 형상화했다.

윤 교수는 “사회비판을 하면서도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욕만 하던 기성세대에 대한 반성에서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전해주고 싶었다”며 3년 전 개인전 ‘병치(竝置)-그늘’전에서 ‘희망 알약 3종 세트(연애, 결혼, 취업)’라는 오브제 설치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연애, 결혼, 취업을 포기하는 ‘3포 세대’의 현실에 공감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 역시 예술을 일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그의 일관된 예술관이다.

다음달 14일까지 금호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는 기획초대전 ‘일상_의 Ordinary’는 특별한 것 없이 누구나 같이 누리는, 윤 교수가 지난 30년간 추구해온 ‘예술의 일상성 회복’에서 답을 찾아가는 전시다.

노란방 2017, 철판 구조물 위에 칠, 모터, 말방울. 생각과 의미가 공유되는 것을 이상적인 예술의 모델로 보는 작가의 생각을 반영한 작품이다.
이것이 바로 2017, 숟가락에 스프레이페인트, 21×5×3(h)㎝. 노란 칠이 된 숟가락은 ‘금수저’ 사회를 은유하고 있다.

노란 대형 리본 조형물이 전시장 벽면에 걸렸다. 전시장 방 하나가 온통 노란색으로 칠해진 공간이다. 네팔 산악지대에서 험한 길을 오르내리며 짐을 나르는 말방울도 맞은편 벽면에 걸렸다. 말방울은 위험한 길을 가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는 도구다. 상대방에겐 내가 여기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사람들은 설명을 굳이 안 해도 자연스레 세월로 참사를 떠올린다. 윤 교수는 “우리 사회의 고장 난 경고 시스템을 생각해봤으면 한다. 물론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어린 생명에 대한 추모는 당연한 상식이다.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하지 않은 일상, 상식의 이야기, 우리 사회의 상식 회복을 강력히 촉구하는 듯하다.

윤동천 교수의 서종면 문호리 작업실

“살면서 공기 없으면 안 되고 물 없는 안 되는 것처럼 예술도 그런 차원에서 누구에게나 같이 공유되어서 특별함이 없이 살 수 있는 차원을 전개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작업을 해왔는데, 실제로는 이상향 같은 것들이죠.” 윤 교수는 특별함은 없지만 우리의 삶과 직결된 일상을 통해 함께 나누고 누릴 수 있는 예술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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