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김석채(전도사·양평향린교회 시무)

양평군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해야 한다. 이것은 ‘당연한 명제’다. 그런데 왜 양평군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은가. 용문산은 보기 흉하게 파괴되어 있고, 양평군 수많은 곳에서 환경과 생태를 고려하지 않은 수많은 난개발이 자행되고 있다. 왜 양평군은 수많은 개발 방식 가운데 이런 식의 길을 가려고 하는가.

전북 전주시나 가까운 여주시만 해도 이런 식의 난개발을 하지는 않는다. 전주는 한옥마을 등을 통해 전통을 보존하면서도 이와 연계하여 높은 문화적 부가가치를 생산하고 있다. 여주도 도심 한가운데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들을 세우는 식의 개발을 하지 않고, 아파트들을 도심 외곽으로 배치하여 전통과 운치를 유지하고 있다. 생태를 보존하면서도 양평을 잘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들을 군은 수집하고 있는가? 또 군민들이 이런 노력을 마음껏 하도록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가?

양평군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양평을 관리하고 있는가. 요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진 용문산의 파괴를 바라보면 기가 막히고 한숨만 나온다. 이러한 진행에 대한 막중한 책임을 군이 비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대한민국은 훨씬 더 합리적인 사회가 되었다. 모든 공무에 대해서 냉정한 평가가 이루어지고 책임질 때가 반드시 온다. 경사도 25° 이하에만 개발행위가 가능하다는 규정은 ‘느슨하게’가 아니라, ‘엄격하게’,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할 규정이다. 그래야 생태적 가치가 보존된다. 이 규정을 ‘느슨하게’ 적용한 결과가 지금 양평군 산지의 파괴 현장이다.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 보는 것도 유익할 듯하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있었다. 그 이래로 신분제와 권위주의적 체제가 타파되기 시작했다. 시민계급이 등장했고, 그 후 인류 역사에서는 ‘정치적 자유’가 확장되어 왔다. ‘과학 기술’도 발전했다. 시민계급의 정치적·경제적 자유를 절대화한, 이 시기 이후의 체제를 ‘자유주의’라고 한다.

그러나 시민계급의 경제적 자유의 절대화는 자본의 물신주의를 낳았다. 모든 가치는 화폐로 환원되기 시작했다. 사회와 문화는 사람들이 자본의 물신주의에 맹종하도록 점점 더 구조화되었다. 자유주의의 이면은 이른바 ‘자본의 무정부주의’이다. 그러나 사람이 의존해 사는 여러 다층적 가치들을 ‘돈’이라는 하나의 가치로 환원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본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제일 먼저 희생된 것이 ‘자연’이다. 오늘날 용문산 파괴와 양평군의 난개발은 이런 연장선상에 있다. 그 다음 희생되고 있는 것이 ‘인간의 생명 자체’이다. 자본의 무정부주의는 인간의 생명마저 자신의 확대 재생산의 희생물로 삼고 있다. 현대 사회에는 자연 파괴와 공업화에 수반되는 인간 생명의 파괴로 수많은 신종 질병과 암, 그리고 신경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 혁명 이후에 이루어진 이 현대적 문명은 합리성의 증대, 정치적 자유의 확대를 가져왔다. 이것이 현대성/근대성의 또 하나의 측면이다. 우리는 현대성이 낳은 자본의 횡포 역시 현대성이 낳은 합리성과 정치적 자유를 가지고 제어해 나가야할 운명이다.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촛불민심이 이루어낸, 부패한 대통령의 탄핵이라는 결과는 이 합리성이 제대로 작동한 결과이다.

우리는 탈근대/탈현대를 외치는 이 시대에 자본의 전일성에 대항하여 다양하고 심층적인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생명과 생활세계를 되찾는 길이다. 우리는 양평군의 이러한 난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모여서 인문학을 공부하고 정치적 의견을 모아 공표하고 탈근대적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네트워크를 구성해가야 한다. 이러한 네트워크에서, 양평에서 태어난 사람들과, 양평에서 살려고 들어 온 사람들이 탈근대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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