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교사․시민 등 245명 후원금으로 세워

양평고는 지난 13일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제막식을 가졌다. 행사 마지막 순서로 소녀상을 가렸던 베일이 벗겨지자 학생들은 처음으로 자신들이 세운 소녀상의 모습을 대면했다.

양평고등학교(교장 한동열)는 지난 13일 교정에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제막식을 가졌다. 학생과 교사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건립한 소녀상은 지난 1일 양평물맑은시장 쉼터에 세워진 ‘양평 평화의 소녀상’에 이은 군내 두 번째 소녀상으로, 교육방송과 연합뉴스 등 중앙매체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제막행사는 ‘JR 가디언’ 동아리의 노래와 편지낭송, 기념비설립 경과보고, 박용수 조각가의 축사, 제막식 등으로 구성됐다.

최리(2) 학생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드리는 편지에서 “말도 안 되는 한일위안부협상 소식을 듣고 할머니들이 얼마나 허탈하고 상처 입었을까를 생각하게 됐다”며 “우리가 이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지만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위안부 문제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드리기 위해 소녀상 건립에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제작한 박용수 작가는 “적은 예산으로 어떻게 하면 사이즈를 크게 하고 시각적으로 한 눈에 들어오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며 “당연히 기억되고 기록돼야 할 역사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학생들이 모금해서 제작한 점이 뜻 깊다”고 말했다.

이번 소녀상 건립은 양평고 인권동아리 ‘JR 가디언’ 회원 20여명이 주축이 돼 진행됐다. 2015년 12월28일 한일위안부 협상이 굴욕협상이라는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면서 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지난해 초 인권동아리 회의에서 교정에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설립하자는 제안이 처음으로 나왔다.

이후 회원들은 4월부터 소책자를 직접 제작해 교내 학생과 교사들에게 소녀상 건립 취지를 알리는 한편, 동아리 활동 시간을 이용해 양평역과 양평물맑은시장 등에서 거리선전전을 펼쳤다. 기금마련을 위해 팔찌 300여개를 직접 제작해 개당 30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교내 인권페스티발에서 영화 ‘귀향’을 상영하며 학생들의 후원이 적극적으로 이어지기 시작했고, 연말까지 245명의 학생과 교사, 지역주민들이 후원자로 참여했다.

주빈(3) JR 가디언 회장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인 10~20대를 잃어버린 할머니들을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노력하자는 ‘불분주야 화양연화(不分晝夜 花樣年華)’를 새겨 위안부 팔찌를 제작했다”며 “처음엔 기금을 어떻게 모을지 막막했는데 ‘멋있다’, ‘힘내라’며 응원해주는 친구들과 인센티브까지 기부해준 지역단체 회원들, 2학기까지 힘을 보태준 고3 선배들 덕에 소녀상을 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은 높이 107㎝로 화강암 포천석을 주로 사용했으며, 올곧게 서 있는 위안부 소녀상과 돌 위의 나비를 통해 위안부 소녀의 잃어버린 꿈과 희망을 표현했다. 좌대 바닥에 드리워진 소녀의 실루엣은 허리가 굽은 할머니의 모습으로 세월의 고통과 흔적을 표현했다. 기념비 아래에는 설립 후원에 참여한 245명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태어난 지 한 달된 자녀의 이름으로 후원금을 낸 김현우 교사는 “아픈 역사를 제대로 정리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은 조금 더 진실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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