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31

 

카이스트(KAIST) 미래전략대학원 원장인 이광형 교수가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강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리더십이 무엇이고 어떻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강의는 복잡하고 장황할 수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주 1분 만에 강의를 끝내버리고 쉴 수도 있어요. 리더십은요…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인정하면 그 사이에 자신도 모르게 생기는 거라는 거죠.”

마을만들기의 주체를 생각해보는 여행에서 최종적으로 리더와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마을만들기 교과서를 보면 대부분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옛날부터 백성이 그렇고 민중이 그랬듯이, 마을의 주민들은 모두 잠재적으로는 자신의 마을의 주인이지만 주체로서 깨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그들을 깨어나게 할 리더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리더의 개념과 특성, 리더가 가져야 할 풍모는 시대에 따라 많이 변화되고 있다. 전근대적 시대라면 당연히 리더에게 필요한 최고의 특성은 풍부한 지식과 권위적인 지도력이었을 것이다. 세종대왕이 그 대표적인 인물이다. 세종대왕은 스스로 쟁쟁한 집현전 학사들과 학문을 겨루어 이길 만큼 지식도 뛰어났으며 한글을 제창하는 데 직접 지도력을 발휘했다.

아사히카와(旭川) 헤이와토리(平和通り) 보행자도로는 아사히카와시의 시장인 이가라시(五十嵐)가 주민들을 일깨워 주민들과 함께 만든 명소다.

전근대적 시대가 지나가고 다가온 근대적 개발시대에는 혁명적 지도자가 필요했다. 근대화 시기에 국가의 새로운 발전의 길을 모색할 혁명적 선구자나 국가적 개발을 이끌고 나갈 혁명적 지도자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정희 대통령도 스스로 ‘5·16’을 ‘혁명’이라 부르고 자신을 혁명적 지도자로 자부했다. 혁명적 지도자의 특징은 “내가 깃발을 잡고 나가겠다. 모두 따르라~”로 대표된다. 뛰어난 지도자가 나서고 국민은 따라 가면 되었다.

그러나 이제 그러한 개발시대는 지났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그야말로 글로벌하게 민주주의가 일정하게 자리를 잡았다.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제 우리 시대에 맞는 리더십은 어떠한 것일까? 언젠가 경기도가 운영하는 마을리더 교육에 2박3일 참석한 적이 있다. 거기서도 마지막 날 ‘리더십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강의가 있었다. 품성 좋아 보이는 어떤 노년의 컨설팅 전문가가 강사였는데,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서 잘 웃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라”는 쉽고 소박한 강의를 약 2시간에 걸쳐서 했는데, 따지고 보면 앞에서 말한 이광형 교수의 1분짜리 말과 다르지 않다. 앞으로의 지도자는 ‘주민이, 국민이 스스로 주인이 되도록 도와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혁명적 지도자와는 다른 국면이다. ‘나를 따르라’에서 ‘주민이 스스로 나서도록 도와주는’ 지도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을에는 마을리더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고, 스스로 자신들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리더라고 자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직도 그들의 대부분은 자신이 앞장서고 주민들은 그저 따라오는 것이 지도력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완장을 차고 권위를 세우는 것이 지도력이라고 생각하거나 주민들을 계몽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치(愛知)현 이카자키(五十崎)마을 귀촌자 가메오카 아키라(龜岡徹)는 자신의 집에 ‘요모다(よもだ)’라는 이름의 동네사랑방을 개설하고 오랫동안 무기력과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주민들과 호흡을 함께하며 일깨워 마을만들기에 나섰다. 사진은 폐쇄된 이카자키의 구역사(舊驛舍)를 보존한 모습.

모든 주민들은 잠재적으로 뛰어나다. 모두 자신의 생각이 있고, 자신의 방식이 있으며, 책임감도 있다. 단지 주저하는 그들을 스스로 나서도록 돕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리더십의 미덕일 것이다. 방향을 잡아주고 스스로 나서게 하며, 스스로 방법을 궁리하도록 하고, 고민을 나누며, 결국 그들 스스로의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것, 그것이 리더이고, 그런 과정에서 그들은 이미 주인이 되어 가는 것이다.

리더는 자신의 성취감을 위해 일해서는 안 된다. 리더가 기뻐해야 할 일은 자신의 명성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나서는 것, 그리고 그들에 의해 일이 성취되고 그것을 스스로 즐기게 하는 것, 그것이어야 한다.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존중하며 상대를 주체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이미 자신은 진정한 리더가 되어 갈 것이다. 마을만들기에서 이러한 마을리더는 어떤 주체보다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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