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우 양평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안정우 양평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여러 고민과 스트레스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분들이 진료를 마치고 가시면서 물어보는 공통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평상시에 어떻게 지내는 것이 좋을 것이냐는 질문입니다. 사실 저도 뭐라고 대답하기 힘든 것이, 저도 그렇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신과의사도 생활인일 뿐이니까요. 운동도 식사조절도 잘 하지 못해서 고민이고, 아이들이 커 갈수록 독서량이 줄어들어 그것도 고민입니다. 간혹 보던 영화 보는 시간도 줄고, 사회적 관계에서 즐거움을 찾을 시간도 점점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 질문이 정답이 없는 질문이라는 것을 다들 아시겠지만 정신과 의사만의 방법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회적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도 있을 겁니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술도 마시고, 같이 운동도 하면서요. 하지만 외부 자극을 줄이고 싶은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사회적 관계에서 충격, 스트레스를 겪을 때도 있을 겁니다. 이런 경우 자신감, 자존감을 강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어떤 재미나 흥미, 즐거움을 찾는 방법을 스스로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나 자신이 순수하게 즐겁게 몰입하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나 자신이 즐거워하는 일이 무엇인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찾아나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요. 수영이 아무리 몸에 좋고 완벽한 운동이라지만 물을 꺼려하는 사람에게는 의미 없는 소리고, 자전거가 최신 유행의 멋진 취미라 해도 요통이나 전립선 질환이 있다면 꺼려질 것입니다. 반면에 게임이 중독성이 강하고 건강에는 백해무익한 취미이지만 내가 건강과 직업, 사회적 활동에 문제가 없을 정도로 조절 가능하다면 그 또한 좋은 일입니다. 동네 노인들이 노인정에서 즐기시는 고스톱을 도박으로 처벌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죠.

무엇을 하면 가장 재미있냐는 질문에 대답 못하시는 성인들이 많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직업에서의 성취, 자녀들이 잘 사는 것 등 자기 자신과는 아무 관계없는 곳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찾는 경우입니다. 자식들이 잘 사는 것, 물론 좋고 행복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즐거움, 행복이 없다면 자식이 힘들어지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자신도 같이 힘들어지고 거기서 회복할 방법을 찾기가 힘들 것입니다. 자식이 잘 되는 것은 자신이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닐 테니까요.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부도가 난다면? 관계가 좋지 않은 상관이 자신을 은근히 괴롭힌다면? 이 상황에서 본인이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스트레스만 받게 될 것입니다.

스스로를 위로하고 즐겁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고급스럽고 남들 눈에 멋진 취미일 필요는 없습니다. 만화책을 혼자 재미있게 보셔도 좋고, 드라마를 모아 뒀다가 처음부터 끝까지 몰아보는 것도 좋겠죠. 그게 뭐라도 관계는 없을 것입니다. 내가 즐거운 것이기만 하면 되니까요.

기고문을 쓰면서 가장 자주 드리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를 사랑하시고 즐겁게 해주세요. 당신은 60억명 중에 단 한 명만 존재하는 특별한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보다 몸과 마음이 아플 수도, 체력이 낮을 수도, 지능이 낮을 수도, 예술적 감수성이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그 누구에게도 무시 받을, 존중받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스스로를 존중해주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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