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21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스스로 만드는 지역경관상’(手づくり郷土賞)을 수상한 곳을 한 군데 더 찾아가 보자. 야마가타(山形)시의 나누카마치(七日町) 일번가이다. 여기는 에도시대 때 야마가타와 센다이를 연결하는 사사야 가도의 마지막 지점으로서 번화했던 곳이다. 그러나 근처에 간선도로가 새로 개설되고 신흥번화가들이 생기면서 상가가 쇠락하기 시작했다.

지역을 대표하던 옛 거리의 명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커뮤니티 도로로 결실을 맺게 된 곳이다. 나누카마치 일번가 상점주들 중 청년들은 큰 길의 상가보다 훨씬 역사도 있고 매력도 있는 자신들의 상가가 왜 쇠락해 가는지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청년들은 일번가를 다시 부흥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우선 청년조직을 결성하고 상가를 되살리기 위한 자조적인 노력을 시작하면서 야마가타 시에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 결성된 청년조직은 판촉이벤트 기획을 담당한 ‘번영클럽’(賑わい倶楽部)과 환경 정비를 담당한 ‘마치나미클럽’(町並倶楽部) 등이 있었다.

야마가타 시 또한 옛 명성을 간직한 일번가가 쇠락하는 것을 안타까워했으므로 뒷골목 상가의 특징과 개성을 살려 커뮤니티 도로로 정비하기로 상가 주민들과 합의했다. 상가의 청년들은 커뮤니티 도로 설계에 적극 참여하였고, 일번가는 에도시대의 번화가로부터 현대적인 커뮤니티 도로로 다시 태어났다.

야마가타(山形)시 나누카마치(七日町) 일번가(一番街)의 커뮤니티 거리

야마가타 일번가 커뮤니티 도로의 기본 컨셉은 ‘사람에게 친근한 도로’, 그리고 ‘야마가타의 자연을 닮은 도로’로 잡았다. 거리 중 일부를 일방통행화하여 보행자 공간을 늘려 사람에게 친근하게 하였고, 차도는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야마가타 시를 대표하는 하천인 마미가사키(馬見ヶ崎)강의 흐름을 상징하고, 보도에는 채색 벽돌로 야마가타 시를 상징하는 꽃인 홍화꽃을 그려냈다. 거기다가 도로의 군데군데 꽃수반 모양의 식수대를 설치하고 여기서 솟아나는 물이 마치 마미가사키 강의 모양을 띤 도로의 원천인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뿐만 아니다. 보도의 군데군데 일년 열두달을 상징하는 별자리판을 설치하면서 실제로 광섬유를 이용해 밤이면 반짝이게 하여 아이들이 부모의 손을 잡고 12개 별자리를 찾아다니는 재미도 느끼게 했다.

나누카마치 커뮤니티 도로의 매력은 단지 무엇인가를 설치했다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청년회를 필두로 단합한 상인협회는 도로의 매력을 한껏 발산시키기 위해 이벤트와 공연 등을 통한 홍보 노력을 강화했다.

‘옛거리의 회복’, ‘지역의 자존심’, ‘번영의 창출’ 등을 슬로건을 내걸고, 재미있는 모양의 자전거를 이용한 ‘챠링코 축제’, 가로등을 부귀와 장수, 풍년과 학문 등을 상징하는 칠석(七夕)으로 장식하는 칠석제, 여름이면 커뮤니티 거리의 여유 공간에서 벌이는 ‘비어 가든’(beer garden), 그리고 거리에서 펼쳐지는 ‘벼룩시장’, ‘스트리트옥션’(street auction), 야마가타에 사는 외국인들이 직접 선보이는 외국인 향토요리 축제, 1미터 지름의 넓은 솥에 음식을 해서 나눠먹는 ‘일번가 냄비요리’ 등 다양한 축제가 벌어진다. 뿐만아니라 야마가타의 아마츄어 공연가들의 공연도 빠지지 않는다.

나누카마치 커뮤니티 거리의 분수식수대

“배와 눈과 마음이 만족할 수 있는, 야마가타의 자연이 살아 있는 거리로 놀러오세요.” 대표적인 홍보 문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나누카마치의 상인들은 단지 매출향상만을 목표로 두지는 않았다. 눈과 마음, 즉 지역의 부흥과 자존심의 회복, 아름다운 거리 경관, 야마가타 자연의 긍지 등을 가슴에 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시민 여러분과 함께 지역의 부흥과 야마가타의 자존심을 위해 날마다 분투 중입니다. 함께 해 주십시오”라고 외치고 있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배와 눈과 마음이 즐거워지는 거리. 그것이 커뮤니티 거리이다. 마을의 거리는 그 마을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만나는 일차적인 공간이다. 함께 소통하고 함께 그 마을의 자존심을 세우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것은 마을의 으뜸가는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