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20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나는 보행자 우선도로인 커뮤니티 도로를 언제나 꿈꾼다. 커뮤니티 도로가 중요한 것은 마을의 경관을 살려내는데 핵심적인 요소일 뿐만 아니라 포괄적인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도로는 단지 보행자 우선도로라는 기능을 넘어서 그 공간에서 자연이 살아나고 문화가 살아나고 주민들 사이의 소통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예술도 살아날 수 있으며, 우리 양평의 경우는 전원마을을 지향하는 곳이 많기 때문에 마을길 자체에서부터 전원감(田園感)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커뮤니티 도로는 우선 보행자의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확대된 보행자 공간에는 나무를 더 심을 수도 있고, 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벤치도 놓을 수 있고, 심지어는 예술조각품을 설치할 수도 있다. 나아가 커뮤니티 도로는 차량의 주행공간을 곡선이나 지그재그로 설치하는 기법에 따라 드라이한 직선도로보다 도로 자체의 아름다움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아키타(秋田) 쥬오거리(仲小路). 커뮤니티 거리로 정비하면서, 일방통행화하고 가로수를 더 심고 전선지중화까지 했다.

아키타(秋田)시의 쥬오거리(仲小路) 약 300미터는 간선도로가 아닌 넓지 않은 상가거리였는데, 커뮤니티 도로로 정비하면서 새롭게 태어났다. 이 거리는 1987년 일본 국토교통성이 매년 시행하는 ‘스스로 만드는 지역경관상’(手づくり郷土賞)을 수상했다. 이 상은 개성적이고 매력적인 지역만들기를 증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매년 몇가지의 주제를 내걸고 공모를 진행하며, 1987년의 주제는 ‘만남의 가로수길’, ‘수변의 풍경’, ‘즐거움이 살아 숨쉬는 거리’등 세가지였고, 이 거리는 마지막 주제 부문에서 수상했다.

도로의 반 정도를 차지하는 인도는 차분한 톤의 블록 바닥이며, 차량 통행 부분을 지그재그로 설치한 뒤 인도의 넓은 부분에는 가로수와 화단, 벤치 등을 배치하였다. 넓어진 인도로 인해 거리는 밝은 분위기의 광장처럼 보이기도 하고 쇼핑길의 시민들은 얼마든지 벤치에서 쉴 수 있으며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벤치에 앉아 얼마든지 수다도 떨 수 있다. ‘거리의 오아시스’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쇼핑 길 시민의 쉼터로 사랑받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된 것이다.

쥬오거리는 그 주변의 다른 상가에도 영향을 미쳐 아키타 시는 커뮤니티 도로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 거리가 커뮤니티 도로로 정비되는 데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이 거리의 도로폭이 넓지 않기 때문에 인도를 넓힌 커뮤티티 도로로 정비하기 위해서는 양방향 통행을 일방통행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되었다. 도로 약 300미터 정도를 일방통행도로로 바꾸는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던 것이다.

쥬오거리의 가게의 모습이다. 가게 앞 벤치가 다정하다.

좁은 도로를 보행자 공간을 고려하여 일방통행화 하는 문제도 보행자 전용도로처럼 논란이 많다. 상인들 사이에서는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걱정이고, 차량운전자에게는 운행이 불편해진다는 걱정이다. 그러나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커뮤니티 도로를 만드려는 취지에 비추어 보면 차량운전자들은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 양방통행보다 차량의 흐름은 오히려 부드러울 수 있고 사고율은 현저히 줄어들 수 있다.

한편 상가의 매출과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보인다. 즉 도로의 흐름과 보행자의 흐름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요컨대 도로가 일방통행이 되더라도 보행자는 일방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넓어진 보행공간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다는 결론인 것이다. 양방통행 때의 차량 운행량보다 일방통행일 때 차량 통행량이 줄어듦에 따라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단순한 걱정을 돌이켜보게 하는 지점이다.

뉴욕의 맨해튼 거리는 거의 대부분이 일방통행이고, 가나자와 같은 창조도시도 시가지 일방통행화가 진행되고 있다. 일방통행으로 보행자의 공간을 넓히고 주민들의 소통이 이루어지는 오아시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또한 그 결과 오히려 상가를 이용하는 보행객이 증가될 수 있다면, 차량운전자의 불편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우리 마을 안에 소통과 문화의 공간, 아름답고 즐거운 거리를 시도해 볼 만한 일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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