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19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보행자 우선도로를 살펴보고자 한다. 보행자 우선도로는 보행자 전용도로와 달리 현실적으로 차량의 통행을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려운 사정에서 보행자의 통행을 보호하면서도 차량과 공존하기 위한 도로이다.

계획적으로 설계된 도시의 간선도로와는 달리 마을 안의 도로는 그리 넓지 않다. 그나마 넓지 않은 도로를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데다가 불법주차나 입간판 등에 의해 사람이 차와 차 사이를 비켜다녀야 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보행의 불편과 교통사고의 위험을 몸에 붙이고 다녀야 한다.

소규모 도로에서 보행자와 차량 사이의 간섭과 위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도입된 개념이 보행자 우선도로이다.

보행자 우선도로의 개념도

보행자 우선도로는 1970년대 네덜란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본엘프(Woonerf)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의 보행자 우선도로는 델프트(Delft)시의 주민들에 의해 처음으로 시작되었다. 본엘프라는 말은 생활(woon)의 터전(erf)이라는 뜻으로, 보행자와 주행차량 및 주차차량으로 뒤섞여 보행의 불편을 겪던 마을주민들은 행정에 호소하였지만, 행정은 차량의 통행을 전적으로 배제하기 어려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사이에 주민들이 전문가들과 상의하여 스스로 만들어 낸 것이다.

일본 오사카시 나가이케마을(長池町)의 일본 최초의 커뮤니티 도로. 가로수의 이름을 사용해 ‘굴거리나무의 길’(ゆずり葉の道)라는 애칭이 붙여져 있다.

이후로 네덜란드는 본엘프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확대해 나갔고, ‘차량은 보행자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통행할 수 있다’, ‘차량은 보행자의 횡단을 고려하는 속도 이내로 주행하여야 한다’는 등의 원칙이 정비되었다. 이후로 영국이나 미국, 독일 등에서 차량의 주행속도를 30키로미터 이하로 제한하는 구역들이 정비되었고, 일본에서는 더욱 나아가 커뮤니티 도로(공동체 도로, コミュニテイ 道路, Community Road)라는 인문학적 개념으로 정립되었다. 커뮤니티 도로란 도로 자체가 마을공동체에 기여하는 공간임을 뜻하는 훌륭한 조어(造語)다. 마을만들기라는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마을만들기가 본격적으로 확장되던 1981년경 본엘프의 개념을 받아들인 일본 주민들은 오사카시 나가이케마을(長池町)을 시작으로 커뮤니티 도로를 마을만들기의 일환으로 삼아 전국에 확대하였다.

네덜란드의 보행자 우선도로 본엘프(Woonerf)의 한 사례

보행자 우선도로 혹은 커뮤니티 도로의 원칙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보행자 우선 원칙이다. 보행자가 자유롭게 통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뿐만 아니라 차도를 횡단할 때도 보행자가 우선이다. 두 번째로는 차량의 속도 제한이다. 속도 제한은 상한속도를 지정할 뿐만 아니라 아예 차량이 속도를 내지 못하도록 차도를 지그재그로 구성한다든지 차도 바닥을 군데군데 석재로 울퉁불퉁하게 설계하고 시공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우리는 거의 일률적으로 소위 방지턱을 사용하지만 노랑과 검정으로 짙게 그려진 방지턱은 아름답진 못하다.

우리 양평의 마을 내부도로들은 대부분 넓지 못하다. 차량과 보행자가 얽혀 다니는 곳이 많다. 서종면의 중심도로인 옛장터거리도 마찬가지이다. 보행자 우선도로를 도입해 공동체를 살리기 위한 시도는 참으로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다. 나는 서종의 옛장터거리가 커뮤니티도로로 조성되기를 오래전부터 꿈꾸고 있다. 다음 회에는 그 꿈을 이미 달성한 마을들을 찾아가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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