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 성공스토리> 능수엄마

40회 가물치론論

일류 사기꾼이 되라는 거야. 사기를 치라는 말이 아니라 사기가 뭔지를 알라는 말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 100명이라면 그 중에서 두세 명만 사기꾼이면 그들에게 나머지는 먹힐 수밖에 없어. 그러니 백 명 모두 사기꾼이 돼얀다구.

 

“그 따위 소리 말고, 정신 차려. 우선 삼겹살 맛을 더 낼 수 있도록 굽는 시설이나 파무침 같은 서비스 품목에 신경을 쓰라구. 삼겹살로 여러 가지 상품을 만들어봐. 예를 들자면 와인삼겹, 녹차삼겹, 허브삼겹 같은 걸 연구해보라구. 간판도 삼겹살이니까 전문적으로 키워 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노하우가 있을 테니 그걸 찾아내. 그릇도 바꿔봐. 비싸지 않으면서 신선한 이미지를 풍기는 제품으로.”
“알았어.”
“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너한테 그 무엇보다 급한 게 말투와 친절미야. 손님을 끌 수 있는 말을 늘 염두에 두라구. 힘들겠지만 변신해 봐. 나도 처음엔 입이 안 열려서 손님을 맞아들이긴커녕 피했어. 일에 미치다보니까 문리가 터지더구나. 이제 술 가져와. 한잔 하자.”
“좋아!”
“좋아? 그럼 나 안 마셔. 새로운 각오를 축하하자는 의미로 마시자는 거지 네놈 주벽에 공헌하자고 마시자는 게 아냐.”
“나도 마찬가지야. 각오를 다지자는 의미로 마시자는 거지 술탐이 나서 좋아한 게 아냐.”
“정말야?”
“그래.”
“너 이제 술도 계산해서 마셔. 뭔 소린고 하니 한 잔이든 두 잔이든 술탐 때문에 마시는 게 아니고, 손님의 흥을 돋아주거나, 아니면 어떤 장삿속 때문에 마시라는 말야. 그러니 취하면 절대 안 돼. 내 말이 뭔 뜻인지 알아?”
“알아. 음주도 수익성을 높이는 도구로 여기라는 거지.”
“그리고 너한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뭔데?”

“일류 사기꾼이 되라는 거야. 사기를 치라는 말이 아니라 사기가 뭔지를 알라는 말이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 100명이라면 그 중에서 두세 명만 사기꾼이면 그들에게 나머지는 먹힐 수밖에 없어. 그러니 백 명 모두 사기꾼이 돼얀다구. 그래서 너도 사기꾼이 되라는 거야. 우리 같은 경찰출신은 법을 다뤄봤으면서도 아주 쑥맥이라구. 바보란 말이다. 사회에 나와 보니 우리 같은 바보가 없더라구.”
“방에 들어가 편안히 한 잔 하자.”
“여기 홀에서 마셔.”
“방이 편하잖아.”
“우리가 손님처럼 보이게 해야지. 홀이 텅 비어있으면 들어오려던 손님도 발길을 돌리잖아.”
“그거야 알지만....”
“알면서 그래?”
“그나저나 너 같은 학자 타입이 언제 그렇게 변했니?”
“너도 죽자사자 덤벼 봐. 확 달라진다구. 우리 진화론 배웠잖아.”
홍대성이 머리를 주억거린다.
“그럼 한마디만 더 하고 떠날란다. 절대 자리를 뜨지 마. 손님은 주인이 있어야 그 업소에 믿음이 간다구.”
어떤 일이 생겨도 영업장소를 비우지 말라는 당부를 남기고 나는 밤이 늦어서야 명륜동을 떠난다.
춘천옥 홀에 불이 켜져 있다. 쉬는 날인데 이상하다. 안에 들어가 보니 허마두, 아내, 능수엄마 셋이 어울려 술을 마시고 있다. 허마두가 두 사람을 불러내 어울린 모양이다. 그는 나를 보자 어이없는 말을 꺼낸다.
“네놈 6‧3비상계엄 때 내가 한 말 기억나네?”
“얘가 지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이십 몇 년 전에 네가 한 말을 어떻게 기억하란 말야. 네놈 유언장이라면 몰라도.”
“기때 내가 이런 말을 했디? 서울은 바빠개디구 네놈 만나기 힘드니께니 차라리 시골로 꺼디라구. 네깐놈은 공돈 뜯을 재간도 없구, 와이로 먹을 줄도 모르구, 반골 기질이라 출세하기도 글렀구, 기러니께니 시골 지서에서 촌색시 델구 연애하는 거이 최고라구,”
“그렇게만 살았으면 얼마나 행복했겠니.”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해봐요.”
아내가 말한다. 술을 못하는 아내의 얼굴이 붉으레하다.
“네놈이 우리 마누라를 꼬시고 있구나. 그래 두 남자가 한 여자하고 살지 뭐.”
“정말이네? 늬도 무척 개화했군 기래.”
“내 팔자가 늘어졌네요. 하루는 이 남자 하루는 저 남자....”
밤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 모처럼 2차 갈까?”
내 말에 허마두가 손을 내젖는다.
“미치긴. 몇 신데 어델 가자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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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춘천옥과 원수져서 이득 볼 게 뭐냐?”
모금정 박 사장에게 그의 친구가 묻는다.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박 사장이 한숨을 내쉬고 나서 친구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 친구는 지난번 담배꽁초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그냥 그래. 그냥 기분이 찝찝해서 그래. 물론 춘천옥과는 메뉴가 다르니까 신경을 끌 수도 있지. 우리는 등심, 안심, 갈비, 차돌백이, 육회 같은 쇠고기만 다루니까 춘천옥과는 부딪칠 게 없지만 그냥 기분이 안 좋아.”
“그런 막연한 말이 어딨어?”
“네 질문이 어려우니까 내 대답이 막연할 수밖에.”
“내 말이 회의적이다, 그 말야?”
“....”
“나는 네 심정을 솔직히 알고 싶어서 한 말야. 네 말에 무조건 맞장구만 칠 게 아니라, 네 생각을 검토해보자 그거지. 내가 그걸 확실히 인식해야 적극성을 띨 것 아냐?”
“네가 장삿셈이 뭔지를 몰라서 그래. 잘되는 집 그늘에 가려지는 심정, 그걸 안 당해본 사람은 모르지. 검토도 필요 없어. 패자와 승자, 간단한 결과만 있을 뿐이라구.”
“이웃간의 경쟁업체가 오히려 그 경쟁을 가물치로 여기는 경우도 있잖아.”
“가물치?”
“그래.”
“가물치라니?”
“민물고기 장사가 흔히 쓰는 요령이지. 예를 들어 붕어를 두 함지에 담아놓고 판다면 가물치를 넣어둔 함지의 붕어가 더 오래 산다는 거지. 잡혀먹지 않으려고 긴장하니까.”
“스트레스가 보약이 된 셈이군.”
“그렇지.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니까 오래 산거지. 그러니 춘천옥 잘하는 것만 골라서 보약으로 써먹으라는 말이다.”
“경쟁업체 둘이 서로 가물치 역할을 한다는 말이군. 요즘 말로 윈윈작전이라 그거지?”
“그래.”
“내가 노리는 게 바로 그거야. 춘천옥이 너무 급성장하니까 어쩔 수 없는 것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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