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칼럼>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

컴퓨터와 인터넷 덕분에 현재의 인류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편리하고 안락한 세상을 살고 있다. 과거에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던 일, 아예 상상도 못한 일들을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로 간단히 해결하는 세상이 됐다. 컴퓨터에 저장된 정보를 인터넷망으로 전달하는 기술이 급격히 발전한 결과다. 덕분에 전 세계의 다양한 뉴스를 즉시 접할 수 있고, 은행에 가지 않고도 모든 금전거래가 가능하다. 상점이나 시장에 가지 않고도 필요한 물품을 살 수 있고, 학교에 가지 않고도 수업을 듣고 학점을 취득할 수 있다.

인간이 발명한 문명의 이기는 편리함과 더불어 부작용도 따르기 마련이었다. 원자력 덕분에 인류는 보다 저렴하게 에너지를 얻게 되었지만, 핵전쟁과 핵폐기물의 공포를 감수해야 한다. 자동차가 발명되어 인간은 보다 신속하게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지만, 교통사고와 대기오염이라는 부작용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컴퓨터와 인터넷으로부터는 심각한 부작용을 발견하지 못했다. 인터넷 중독이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었지만, 사회적 근간을 흔들 정도의 심각한 부작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의 발전이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 수준으로 진화하면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고도의 컴퓨터가 사람의 일자리를 차지하면서 실업자들이 늘고 있다. 1980년대 컴퓨터와 인터넷이 사무자동화 혹은 생산자동화라는 이름으로 일터에 본격 도입되기 시작할 때만 해도 노동자들은 일자리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컴퓨터를 다룰 사람들이 여전히 필요했고,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기술을 습득해 일자리를 지켰다. 미래 일꾼을 배출하는 학교에서도 컴퓨터 관련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했고, 많은 학생들이 취업을 위해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대 가정의 필수품이 된 자동차를 예를 들면,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말과 마차와 관련된 일자리들, 즉 말을 키우고, 마차를 만들고, 수리하고, 운전하던 직업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대신 자동차를 만들고 수리하고 운전하는 직업이 생겼다. 한국의 경우, 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전통적 직업인 농어업 종사자가 줄고, 각종 산업분야에 새로 생긴 일자리를 구한 사람들이 크게 늘어났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은 사람들로 도시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도시인들을 위한 서비스 일자리 역시 늘어났다.

그런데 인공지능 수준의 슈퍼컴퓨터가 등장하면서 컴퓨터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대체하지만 새로운 일자리는 생기지 않는 일자리 감소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로봇의 부상>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저술한 컴퓨터 소프트웨어개발자 마틴 포드는 “기계 자체가 근로자로 변해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다.

국내에서 전산화를 가장 먼저 도입한 산업분야 중 하나인 은행은 인터넷 금융이 활성화되면서 은행지점과 창구 직원들의 수요가 크게 줄었다. 연합뉴스의 보도에 의하면 올해 하반기 국내 5대 은행의 신규 채용인원은 전년도의 20% 수준에 머물렀다고 한다.

앞으로도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무인자동차가 등장하면 기존의 자동차 수리직업과 운전직업은 사라질 것이다. 택시기사나 택배기사들은 물론이고 도심의 비좁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주차장도 필요 없게 될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사진촬영기사나 사진관이 줄어든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인공지능은 단순노무직뿐만 아니라 세무사, 회계사와 더불어 심지어는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 일자리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의사들이 수년 동안 치료하면서도 정확하게 진단하지 못한 환자의 질환을 슈퍼컴퓨터가 환자의 질병기록을 입력한 지 단 몇 초 만에 정확하게 병명을 찾아냈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환부 엑스선 영상촬영영상의 판독의 경우, 의사보다 슈퍼컴퓨터가 더 정확하게 판독한다는 실험결과가 이미 학계에 제출되었다.

8월 초 정부는 스마트선박이나 무인자동차와 같은 인공지능 산업개발에 적극 투자하는 ‘미래형 산업’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미래형 산업은 현재의 심각한 실업문제를 해소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은 덕분에 편리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런 생활을 유지가능하게 해주는 일자리가 많지 않은 현실이다. 인공지능과 병존하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인공지능 개발만큼이나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는 점을 직시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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