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대중’에 중복계산까지… 행정 실적주의 폐해

▲ 지난 한해 12만8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은 양평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관광객들이 광장에서 소나기 체험을 하고 있다.

 양평군의 관광행정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관광정책 수립의 기본이 되는 통계가 엉터리다. 관광객 수를 눈대중으로 집계하거나 군민을 관광객으로 둔갑시켜 부풀린 결과다. 심지어 주무부서에서는 국가승인의 관광객 통계 사이트인 ‘관광지식정보시스템’이 있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있었다. 군 행정의 난맥상이 점입가경이다.  

군은 지난 한해 양평을 방문한 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었다고 지난달 24일 보도자료를 냈다. 1년간 군 인구의 100배, 국민 5명 중 1명이 양평을 다녀갔다는 것인데, 일부 주민들은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단체장 치적 쌓기 용으로 뻥튀기 한 게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자료에 따르면 농촌체험마을 186만명, 두물머리 146만명, 용문산관광지 119만명, 세미원 32만명 등이다. 여기에 본지가 양평군청 관광진흥과에서 입수한 주요 관광지별 관광객 현황은 레일바이크 24만명, 소나기마을·군립미술관 각 12만명, 친환경농업박물관 11만명, 들꽃수목원·곤충박물관 각 10만명, 오커빌리지·청운골생태마을 1만3000명, 몽양기념관·들꽃수목원 1만명, 화서기념관 6900명 등이다. 그나마 청운골생태마을은 전년에 비해 8000명이 줄었고, 레일바이크도 찾는 이가 3만6000명 이상 감소했다. 오커빌리지, 몽양기념관, 친환경농업박물관, 들꽃수목원 등도 3000∼1000여명씩 줄었다. 
 
이들 관광지의 방문객 숫자만 합해도 572만명이나 된다. 2012년 강원랜드 카지노 관광객(302만명)보다도 270만명이 더 많다는 얘기다. 얼마의 관광객이 방문했는지 추산하기조차 쉽지 않은 관광지도 있다.
 
146만명이 다녀갔다는 두물머리는 관람시간이나 입장료가 정해지지 않은 자연공간인데 어떤 방식으로 집계된 것인지 알 수 없다. 군립미술관도 군민을 포함한 전체 관람객 숫자가 12만940명이지 외지에서 입장료를 내고 방문한 순수 관광객 수는 아니다. 또 11만4154명의 친환경농업박물관은 용문산관광지에 들어간 관광객들이 따로 입장료를 내지 않고 자율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곳이어서 관광지 전체 입장객 119만명과 중복되는데도 별도의 관광객 숫자로 분류하는 오류를 범했다.
 
문제는 또 있다. 주요 관광지 방문객 572만명 외에 472만명을 ‘기타’로 뽑아 산출한 것이다. 본지가 양평군청 총무과에서 입수한 기타 자료에는 관광지라고 하기도 힘들고 방문객 숫자를 산출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곳이 수두룩하다. 
 
군이 기타로 분류한 관광지는 읍·면 체육공원을 비롯한 계곡 등 행락지, 전통시장, 리조트·펜션 등 숙박업소다. 472만명 중 한화리조트 방문객이 39만명이고 대명리조트 방문객이 24만명이다. 이밖에 전통시장 방문객이 166만명이고 체육공원 이용객도 8만명이다. 나머지 약 230만명은 주요 계곡 행락객과 수련원·펜션 등의 투숙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통시장에서 서로 뒤섞여 있는 관광객과 군내 주민을 분류해 집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한데도 166만3200명이 관광객 통계로 잡혔다. 심지어 군은 5월5일 물맑은 양평체육관∼보건소 일대 광장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큰잔치 행사’의 참여 인원 1500명도 관광객 숫자에 포함시켰다. 
 
이런 주먹구구식의 통계 방식에 주민들은 수긍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몇몇 주민들은 “양평군이 축제나 농촌체험마을 등에 몇 만 명이 다녀갔다면서 지역경제 파급효과나 경제성 분석 등을 내놓는데 과연 이 숫자를 그대로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군, 관광객 통계사이트 있는지도 몰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숙박업소는 상반기 중 통계서 제외”
 
군은 관광객 1000만명 돌파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도 정작 관광객 통계 사이트인 ‘관광지식정보시스템’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어 행정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기관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운영하는 이 시스템은 해마다 전국 시·군·구의 주요 관광지점 입장객 숫자를 발표한다. 해당 지자체가 스스로 통계 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주요 관광지를 정해 입장객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군은 이 시스템에 고작 4곳의 관광지 입장객만 입력해 관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숙박업소 3곳을 제외하면 용문산관광지 1곳이 유일하다.
 
이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군을 방문한 관광객은 고작 169만명에 지나지 않는다(지난해 자료는 집계 미완료). 인근 가평군이 52곳의 관광지를 입력하고 여주시도 24곳을 집계한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다. 각종 체험마을과 박물관은 물론 영어마을, 골프장, 자연휴양림 등을 모두 관광객 통계 시스템에
 입력할 수 있는데도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군이 ‘관광 유토피아 양평’을 자부하면서도 정작 관광정책의 기본이 되는 통계는 아예 손을 놓고 있다.
 
군의 관광객 수 부풀리기는 조만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앞으로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자료만을 인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관광객 통계의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전예약제 운영, 입장권 발매, 무인계측기 설치 등에 해당하는 관광지만 새 관광정보 시스템에 입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더 많은 관광지를 입력하려면 지자체 예산으로 무료 관광지에 무인계측기 등을 설치해야 한다. 숙박업소도 입력 대상에서 빠졌다. 또 1㎞ 이내 인접 지역에 유사한 성격의 관광지가 몰려 있으면 한 곳만 입력할 수 있다. 현재는 여러 관광지 입장객을 모두 합산하다 보니 1명이 5곳을 방문할 경우 관광객이 5명으로 늘어나는 허수가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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