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국을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교도들을 신천지로 인도한다며 세를 불렸던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교회는 온 국민이 방역전쟁을 치르게 하고 있다.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가중된 불안감은 사람들 사이를 더욱 갈라놓고 있다.

이 와중에도 국회 입성을 바라는 21대 국회의원선거 예비후보들은 바쁘게 손을 놀린다. 코로나19로 지역 현장을 다니기 힘들다보니 다가온 공천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휴대폰 문자보내기에 열심이다. 이게 선거운동의 전부가 돼버렸다.

더불어민주당 공천 격전지 중 하나인 양평과 여주 주민들은 최근 문자메시지와 SNS를 통해 하루에도 몇 번씩 지지해 달라는 예비후보들의 요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문자 내용이 참 가관이다. 자신을 지지해 달라는 주요한 이유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뽑은 사람이라거나, 문재인 대통령의 비서였기 때문이라니.

미래통합당 후보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SNS 게시물에 당 대표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그와의 인연을 강조한다. 예비후보들이 유력 정치인과의 인연을 강조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 총선에서도 친박과 진박으로 나뉘는 웃지 못 할 모습을 보지 않았나.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이런 행태는 유력 정치인의 후광을 조금이라도 받아 인지도를 올리고 유권자의 지지를 받겠다는 심보다. “내가 이렇게 유명한 정치인이 발탁한 인물이니 믿고 뽑아 달라”는 말이다. 아니면 적어도 나를 뽑아야 유력 정치인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패거리 문화를 조성하는 게 아닐까?

4.15총선이 채 두 달도 안 남았지만 이번 총선을 두고 3무(無)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선거구도도 없고, 쟁점도 없고, 쇄신도 없다는 말이다. 선거일을 코앞에 두고 이합집산이 이뤄진 보수정당의 예비후보자들이나, 정치신인이 주를 이룬 진보정당 예비후보들이나 유권자들에게 무엇을 알려야 할지 혼란스럽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요즘 유권자들을 당만 보고 표를 던지는, 우매한 백성으로 생각하면 착각이다. 본지가 4회째 진행하고 있는 ‘국민이 바라는 국회, 국회의원’ 인터뷰를 통해 만나본 주민들은 저마다 또렷한 주관을 갖고 있었으며, 이번에는 제대로 된 국회의원을 뽑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후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슨 활동을 했는지, 어떤 견해를 가졌는지, 지역과 국가 발전을 위해 어떤 정견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관심 있게 따져보고 있었다.

혹시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만 내세워도 자신을 뽑아줄 거라고 생각하는 예비후보자가 있다면 이런 후보야말로 절대 뽑아서는 안 되는 사람이 아닐까? 유권자를, 국민을 얕잡아보는 후보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영화 ‘내부자들’에서 백윤식 배우가 특유의 냉소적인 표정과 어투로 뱉어낸 대사가 떠오른다.

“대중들은 개·돼지입니다. 적당히 짖어대다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예비후보들이 진정 유권자를 ‘국가의 주인’이고, 국회의원은 국민들의 뜻에 따라 대의정치를 하는 일꾼이라고 생각했다면 유명정치인을 내세운 이런 식의 ‘지지 호소’는 절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고, 사람도 달라졌지만 지연·학연에 기대 선거운동을 하려는 일부 예비후보자들의 모습은 변하지 않은 것 같다. 높아진 시민의식을 보라. 그걸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후보자만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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