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폐렴의 새로운 변종인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온 나라가 걱정과 근심으로 가득 차 있다. 새해 벽두부터 이게 웬일인가? 아니 독감이 이렇게 무섭나? 다들 어리둥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두려워한다.

인류는 다양한 전염병과 역병으로 큰 고통을 받아왔고 많은 이들이 희생되었다. 의료과학기술의 발달로 인류가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난 것이 20세기였다. 그러나 지구화, 세계화라는 새로운 환경변화로 인류는 또 다른 도전을 받고 있다. 훨씬 풍요롭고 자유로운 세상이 되었지만, 전염병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와 규모로 전파된다. 최근 중국의 우한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한 달여 만에 6개 대륙 전체로 전파되었다.

며칠 전에 중국학생수가 한국에서 제일 많다는 인근 K대학의 친한 교수와 식사를 했다. 화제는 역시 코로나19와 중국인 유학생에 관한 이야기였다. 코로나19 관련 대학이 처한 상황과 대응책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는 중국학생이 너무 많아 기숙사에서 1인1실로 격리수용이 불가능한데, 정부는 대학형편도 모르고 비현실적인 요구만 한다고 걱정했다. 만일, 단 한명이라도 학생이 감염자로 판명되는 날에는 그 학생이 수강하는 모든 과목 강의실, 도서관, 식당, 동아리방, 과방 등은 물론 대학전체를 폐쇄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접촉한 학생들의 감염여부 검사는 물론,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하는 등 일파만파의 부작용이 생긴다. 대학생들은 가장 활동이 왕성한 나이이고, 통제도 어려운 집단이라 걱정이 더 큰 것이다.

코로나19의 전파가 새로운 사건은 아니다. 그동안 인류의 생존에 위협을 준 전염병 사례는 많았다. 흑사병이 좋은 예인데, 이태리에서 1347년 처음 창궐한 이래 1340년대에만 약 2500만 명이 희생되었다. 이 병은 중앙아시아 초원이나 인도에서 발생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1347년 몽골군이 공격한 크림반도에서도 흑사병이 창궐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추정 경로는 1347년 인도를 방문한 상선이 이태리 시칠리아의 메시나 항구에 도착했으며 이 배의 선원들이 이상한 전염병에 걸려 도착 직후 모두 사망했다. 이 흑사병이 퍼지면서 14세기에만 전 유럽 인구의 약 절반이 사망했다. 그 뒤 1700년대까지 100여 차례의 흑사병이 전 유럽을 휩쓸었고, 최대 약 2억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남미대륙에서는 1519년 스페인군 168명이 미주 대륙에 상륙해 퍼뜨린 천연두 바이러스로 면역력이 없던 원주민의 90%에 이르는 약 2000만 명이 사망했고 아즈텍 문명은 역사에서 사라졌다. 의학기술이 크게 발전한 1918년에도 스페인독감으로 25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미국 하버드대의 전염병 전문가 마크 립시치 교수는 “코로나19가 1년 내 전 세계 인구의 40~70%를 감염시킬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불길하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의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시대라 곧 치료약도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첨단 과학기술의 발달과 세계화로 질병 전파의 속도가 이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빠르다. 정부는 사태가 생길 때마다 허둥대지 말고 예방기술과 치료약물 개발에 투자하고, 적절한 제도도 미리 마련해 놓을 필요가 있다.

양평과 같이 고령인구 비중이 높은 지역의 경우, 더욱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평소 마스크나 소독제 같은 필수품을 충분히 준비하고, 전염병 발발 시 시민들의 불필요한 이동을 최소화할 방안 같은 것은 지방정부도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청정 양평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안 생기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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