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 헤어질 때가 되었다

누구의 손도 잡아준 적 없는 내 손을

네 손인 듯 포근히 감싸줘 고마웠다

진눈깨비 휘몰아치던 날 옷깃을 여며준 일과

나 대신 문틈에 짓눌린 일

격한 가슴 쓸어내리다 책상 내리친 일을 후회하며

우격다짐하듯 불끈

주먹 쥐어야 힘 되는 줄 알았던 내 구부러짐을 편다

실밥 헤진 얼룩의 날들을 싸안고

손바닥 잔금들을 측은한 눈빛으로 보지도 말고

가볍게 길을 떠나라

아직도 꽃샘추위가 작두날 벼리지만

네 따스함이 주먹을 펴게 했듯

맨손으로 누군가의 언 손을 녹여줄 차례다

살아가노라 살갗이 꺼칠해질수록

얽히고설킨 손길이 둥글어질수록

정미 시인

내 욕심도 닳아지고 그러다 나도 접혀지겠지

그러므로 마지막 손을 내밀며 슬퍼하지 마라

어느 한군데 성한 곳 없는 육탈 보시의 네 몸 보며

이게 삶이거니, 나 묵묵히 손을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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