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가끔씩 독거노인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합니다. 일이 끝나면 뿌듯한 마음도 있지만 저 분들의 가난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나에 대해서 좌절감도 갖고 있습니다. 그냥 한 끼, 청소 한 번, 빨래 한 번으로 노인들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슬프네요. 조금 더 안정적으로 노인의 삶을 유지하고 보장할 방법은 없을까요? 저도 노인이 될 테고 월급이든 소득이든 없게 되면 꼼짝없이 저렇게 되지 않을까 무섭습니다. 이럴 때는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요?

A. 독거노인의 생존 문제뿐아니라 빈곤과 가난은 세계인들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그 흐름에 맞추어 올해 노벨경제학상도 빈곤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3명에게 돌아갔습니다. 이 중 2명이 아비지트 배너지와 에스테르 뒤플로입니다. 이들의 대표작이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입니다. 부제는 ‘MIT 경제학자들이 밝혀낸 빈곤의 비밀’입니다. 우선 이 한국어판 책 제목은 영 마음에 안듭니다. 원제는 ‘Poor Economics: A Radical Rethinking of the Way to Fight Global Poverty’ 부제를 한국말로 풀면 ‘전 지구적 빈곤과 싸우는 방법에 대한 비판적 고찰’입니다.

지금까지 선진국들이나 국제구호단체는 중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의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수많은 일들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해마다 900만 명의 어린이가 다섯 살 이전에 사망한다.”입니다.

수많은 투자와 인력 참여가 되었음에도 세계의 빈곤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두 명의 저자는 왜 빈곤을 해결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것을 연구합니다. 그 과정에서 투자 모델을 만드는 경제학자들의 생각이 잘못되었거나 빈곤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공부도 안하고 정보에 취약해서 자신의 몫도 찾아가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로 일부 경제학자들은 국가 원조가 부정부패를 일으키고 가난한 사람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는 자생력을 없애서 장기 성장에 방해요소가 된다고 말합니다. 이런 주장을 보고 있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에 직접 찾아가서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 실험은 인도 라자스탄 지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5세 미만 아이들의 생존율을 결정하는 것은 영양섭취와 예방접종입니다. 라자스탄에서는 100명 아이들 중에 2명의 아이만 예방접종을 받습니다. 지역 NGO 활동가들은 이렇게 접종률이 낮은 이유를 지역 주민들의 미신에서 찾습니다.

그럼 사람들을 계몽하고 의식을 바꾸면 될까요? 두 과학자는 라자스탄 마을 주민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는 예전과 똑같이, 두 번째 그룹에게는 간호사들이 교육을 담당하고, 세 번째 그룹에는 예방접종을 하면 콩 2파운드를 주기로 약속합니다. 6개월 후 연구 결과는 첫 번째 그룹은 6%, 두 번째 그룹은 17%, 세 번째 그룹은 38%의 접종률을 보였습니다. 설득보다 보상이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콩이 미신을 이겼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게 되면 터부를 지키는 것보다 예방접종이 아이들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생각이 마을에 퍼져나가게 될 것입니다.

가난은 나라도 구제할 수 없다는 한국 속담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막 복지국가의 첫걸음을 뗀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해야 할 부분입니다.

저는 책을 읽다가 노인빈곤층을 위한 복지 서비스 중에 하나의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이 부분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언제 불행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기 때문에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충격을 완화할 전략을 선택한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에 보조금을 지원하면 이들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노인들의 불안감을 없애줄 수 있는 방법을 우선시하는 것입니다. 아파도 걱정없이, 먹을 것이 없어도 먹을 수 있게 하는 보험. 이 보험료의 일부를 국가가 지급하는 방식으로 불안감을 없애가는 것입니다. 회사를 그만 둔 후 집 한 채, 매달 나오는 연금, 모아둔 현금이 있는 은퇴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아무리 좋은 조건이라도 큰 병에 걸리게 될까 불안해하는 노년층. 이들을 위한 새로운 국가지원 보험 서비스! 생각해볼만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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