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함. 분노. 부끄러움. 억울함.

최근 양평공사 직원들 가슴 속을 채우고 있을 감정들이다. 사실 이런 기분을 느낀 지는 이미 오래전부터다.

지난 2012년 132억원에 달하는 군납사기사건이 터졌고, 이 일로 당시 공사 사장은 자살을 택했다. 이후 군청 공무원이 파견됐지만, 또다시 영동축협 돼지고기 사건이 터지면서 추가로 79억원을 갚아야 했다.

그간 양평군청과 양평공사 경영진은 겉으로는 개혁을 약속했지만 속으로는 채용비리를 저질렀고, 군은 퇴직 공무원을 사장과 본부장으로 들여앉히는 뻔뻔함으로 일관했다.

그리고 지난해, 드디어 정권이 교체됐다.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한 촛불민심은 보수의 아이콘인 양평에도 민주당 정권에게 기회를 줬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정동균 군수는 이 기회를 저버렸다.

정 군수 인수위원회가 양평공사의 회계부정을 발표하면서 시급히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정 군수는 이를 외면했다. 정확하고 명확하게 실체를 밝혀야 올바른 적폐청산이 가능하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6개월을 끈 뒤 전문가에게 맡긴 경영혁신 최종보고서는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이 보고서대로라면 양평공사의 혁신을 위해 양평군이 취할 조치는 직원 임금삭감과 인원감축 뿐이다. 이 보고서 어디에도 지금의 양평공사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사태가 이 지경에 다다르자 인내심에 한계가 온 공사 직원들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역사회도 적극적인 지지와 동참의 뜻을 밝히고 있다. 판이 짜지고 있다. 그럼 어디서, 무엇부터, 어떻게 그림을 그려야 할까?

우선, 공사 혁신에 동참할 세력을 규합해야 한다. 공사 자체적으로만 해결하려고 해서는 곧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그간 세금으로 공사를 지탱시켜온 만큼 지역주민들이 가진 지분은 충분하다. 정치적 이념이나 이해관계를 떠나 모든 사람들의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한다. 공론화위원회도 좋고 토론회도 좋고, 다양한 기회를 통해 군민들의 지지와 지혜를 이끌어내야 한다.

다음은 적폐청산이다. 공사를 통해 사적인 이득을 챙긴 자들,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패한 세력에 부역한 자들에 대해 무겁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군납사기사건의 실태, 각종 위탁사업을 맡긴 책임자, 회계부정을 지시하고 실행한 자, 채용부정을 저지른 자, 각종 이권에 개입한 자 등을 철저히 가려야 한다.

그 다음은 냉정한 방향제시다. 과연 공기업이 수익사업을 해서 성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민간 기업들도 쓰러지는 상황에서 공기업이 버틸 수 있을까에 대한 희망은 크지 않다.

정동균 군수도 공사문제에 대해 더 이상 ‘우보천리’를 내세우지 말라고 권한다. 9개월을 끌어서 내놓은 결과물의 참담함을 안다면 모든 것을 공사와 지역사회에 맡기는 게 옳다. 혹시라도 공사문제를 내년 총선에 사용할 카드로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충고한다.

본인 급여 인상 문제로 구설에 오른 공사 신임사장에게도 부탁드린다. 공사 직원들의 속은 시꺼멓게 타들어가 숯검댕이만 남았다. 땅에 떨어진 직원들 사기진작도 사장의 책무다. 빠른 시일 내에 전 직원이 의기투합하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그리고 이 자리에 공사개혁에 함께 할 지역주민들도 초대해 주길 바란다. 그 자리에서 공사개혁의 깃발을 높이 세우고, 그 깃발 아래 모인 모든 사람들이 힘껏 함께 외치자.

“양평공사 개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