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이어서

이영주 경기도의원/언론학자

지역언론사들은 광고와 구독료가 주 수입원이다. 규모가 좀 크고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언론사는 포털과 뉴스공급 계약을 맺고 기사 전재(全載)료를 받을 수 있지만 금액도 크지 않고 대부분의 지역언론사는 포털과 계약을 맺기 힘들다. 그렇다고 구독료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다. 특히 소규모 인터넷언론사들의 유료독자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러하니 지역언론사들은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주는 소위 ‘홍보비’를 받기 위해 과도한 경쟁을 벌이고, 지급하는 기관에 종속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언론의 견제와 비판 기능은 쇠락하거나 오히려 행정이나 권력기관들의 기사대행사 역할을 하기 쉽다. 또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쓰거나 부적절한 기사 거래, 협박성 보도가 양산돼 사이비언론 논쟁이 벌어지기 일쑤다.

지역언론의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충분히 좋은 언론사로 성장할 수 있는 지역언론을 위한 생존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 반면 저질‧위법 언론사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돼야 한다. 이 같은 고민에서 필자가 제안하고 입법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는 방안이 ‘경기도 언론주권자배당제도’이다.

2000년대 이후 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안이 있었다. 정부가 언론을 지원하되 보도에 간섭하거나 특정 세력에 우호적인 언론을 만들지 않도록 시민 기반 언론 후원 모델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뉴스바우처’라는 이름으로 제안됐는데 미국 시민들에게 연 200달러의 뉴스바우처를 지급해 공영방송이나 공익적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비영리 언론기구를 후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소득세의 일부를 재원으로 해서 매년 100달러 정도의 뉴스바우처를 제공해 공공이슈를 심층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는 기사를 후원하는 방식이 토론되고 있다. 언론을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차단하고 새로운 재원 확보 방식을 개척하면서 시민들에게 보다 밀착되고 책임성 있는 언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기도언론주권자배당제도’의 기본 방향도 이와 유사하다. 18세 이상의 모든 경기도민에게 언론인(사) 후원에만 사용할 수 있는 배당금(연간 5~10만원)을 지급해 사용하도록 하는 모델이다. 도민들이 후원하고 싶은 기사나 언론사에 대해 기사별, 언론사별 후원 한도 내에서 후원할 수 있다. 이렇게 모인 후원금은 기사를 작성한 언론인과 언론사에게 일정 비율로 나눠 지급된다.

후원 대상이 되는 기사를 추천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언론주권자배당을 위한 기사추천위원회를 만들 수도 있고, 각 언론사가 자사의 기사를 추천하면 추천된 기사들을 온라인 통합 플랫폼에 게시하고 독자들이 여기서 후원하는 방식도 있다. 주로 기획기사, 심층취재기사,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기사 등 공공적 가치가 큰 기사가 추천 대상이다.

언론배당금은 카드나 모바일과 연동시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1개월에 1~2회 사용, 1회 1기사 500~1000원으로 한정해 후원하게 된다.

아직은 제도의 설계 단계에 있다.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다양한 집단들과 공청회나 토론회를 통해 보다 더 정밀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또 1년 정도의 시범사업을 통해 예측하지 못한 문제들을 점검하고 대책도 찾아야 한다.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결국 배당금을 지급하는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또 경기도와 31개 지자체와의 협력 모델도 구축해야 한다.

필자와 연구팀은 ‘경기도언론주권자배당제도’와 관련된 큰 틀에서의 설계도를 제시했다. 소식을 접한 언론사에서도 많은 의견과 반론을 주고 있기도 하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지역 민주주의와 자치분권의 토대를 강화하는데 시민들이 직접 성장시키고 함께 할 수 있는 지역언론을 꿈꾸며 지속적인 발걸음을 내딛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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