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어크로스(2018)

Q. 저는 34세 미혼입니다. 이번 설에도 어김없이! 믿고 있는 엄마로부터 2년 만에 보는 고모까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했습니다. “연애는 하니?”, “언제 데리고 올 거야?” 엄마는 보고 싶지만 결혼 관련 대화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추석 때는 방법이 있을까요? 읽을 만한 책 좀 추천해주세요!

 

A. 마침 있습니다! 우선 책 속에서 필요한 말을 찾아보았습니다.

 

“엄마가 “너 대체 결혼할 거니 말 거니?”라고 물으면, “결혼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거기에 대해 “얘가 미쳤나?”라고 말하면, “제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대답하라. 아버지가 “손주라도 한 명 안겨다오”라고 하거든 “후손이란 무엇인가?”라고. “늘그막에 외로워서 그런단다”라고 하거든 “외로움이란 무엇인가?”라고. “가족끼리 이런 이야기도 못 하니?”라고 하거든 “가족이란 무엇인가?”라고. 정체성에 관련된 이러한 대화들은 신성한 주문이 되어 해묵은 잡귀와 같은 오지랖들을 내쫓고 당신에게 자유를 선사할 것이다.”

 

이렇게 대답했다간 혹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지 않을까요? 이 책의 저자는 이 상황에 대한 대처법도 적어놓았습니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권투 선수 중 한 사람이었던 마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쳐 맞기 전까지는.’ 사람들은 대개 그럴싸한 기대를 가지고 한 해를 시작하지만, 곧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지는지 깨닫게 된다. 링에 오를 때는 맞을 것을 각오해야 한다.”

 

어차피 엄마와 고모의 생각은 바꾸지 못합니다. 물론 ‘쳐 맞을 수 있지만’ 엄마의 생각을 바꾸겠다는 그럴싸한 계획은 철회함이 어떨까요? 그렇다고 링에도 오르지 못한다면? 결혼으로부터 자유를 얻으려면 등짝 정도는 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책은 김영민이 쓴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입니다. 저자 김영민은 한국에서 꽤나 ‘웃긴’ 에세이스트에 속합니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에세이, 감동을 주는 에세이, 눈물이 나오는 에세이만 읽다 보면 왠지 속이 느끼해집니다. 우리 마음은 가끔은 투덜대고 가끔은 까칠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오직 긍정, 착함, 행복만 이야기하면 우리 마음의 혈관은 고지혈증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쌉쌀하고 거친 야채를 먹어줘야 우리 마음도 영양 균형을 이룰 수 있습니다.

 

김영민은 이 대목에서도 말을 참지 않습니다. “행복이란, 온천물에 들어간 후 10초 같은 것. 그러한 느낌은 오래 지속될 수 없기에, 새해의 계획으로는 적절치 않다.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을 바라다보면, 그 덧없음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쉽게 불행해진다. 따라서 나는 차라리 소소한 근심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 이를테면 ‘왜 만화 연재가 늦어지는 거지’, ‘왜 디저트가 맛이 없는 거지’라고 근심하기를 바란다. 내가 이런 근심을 누린다는 것은, 이 근심을 압도할 큰 근심이 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나는 이 작은 근심들을 통해서 내가 불행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소소한 근심을 가지면 불행지지 않는다니. 아닌 것 같지만 부정할 수 없는 기운이 드는 말입니다. ‘행복 염려증’에 걸린 분들에서 온갖 고민에 휩싸여 사는 분들까지. 2019년 새해를 다르게 살고 싶다면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영민의 유쾌한 에세이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를 읽어보세요.

 

아 참! 추석 때는 어떻게 보낼 지 물어보셨죠? 이 책의 1부에는 이런 코너가 있습니다.

 

‘추석이란 무엇인가_ 명절을 보내는 법1’

‘추석을 즐기는 법_ 명절을 보내는 법2’

‘무신론자의 추석_ 명절을 보내는 법3’

 

<이동분> ** 사진은 하단 오른쪽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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