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진 서종어린이집 원장

어린이집은 울음소리로 3월 새학기를 시작합니다. 부모와 떨어져 낯선 환경에서 지내는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신입원아 적응프로그램’을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진행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어린이집에서 지내는 시간을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적응기간 동안 아이들은 울거나 등원 시간에 부모와 헤어지지 않으려고 매달리거나 교사를 거부하는 행동도 보입니다. 또한, 어린이집에서 제공하는 급식, 간식을 거부하는 행동도 볼 수 있습니다. 가정에서는 대소변 실수를 하거나 젖병 찾기, 손가락 빨기 등의 퇴행행동을 보이기도 하며, 수면 시간에 갑자기 울거나 악몽을 꾼 듯 소리를 지르는 행동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적응하면 점차 사라집니다.

아이가 등원을 거부하거나 울면서 가지 않는다고 할 때 어린이집 현관까지 왔다가 다시 데려가는 행동이 반복되면 아이는 ‘내일도 울면 엄마가 다시 데려가겠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결석은 아이의 적응을 다시 첫째 날로 돌아가게 합니다. 따라서 적응 기간 동안에는 등‧하원 시간을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하고, 약속한 하원 시간을 꼭 지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아이와 헤어질 때는 제대로 인사를 해야 합니다. 인사를 하지 않고 몰래 나가는 행동은 아이의 불안감을 키울 뿐만 아니라 부모와의 약속에 대한 신뢰를 깨는 행동이기에 적응 기간 중 뿐만 아니라 아이와 헤어지는 어떠한 순간에도 하지 않아야 할 행동입니다.

아이가 적응기간을 가질 때는 부모도 함께 적응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낼 때 느끼는 부모님의 불안감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됩니다. 부모님은 아이가 어린이집에 잘 적응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 기간 중 나타날 수 있는 아이 행동에 동요하지 말고 등‧하원 길에 아이의 힘든 마음을 위로해 주고 어린이집은 믿을 만한 곳이며, 선생님은 좋은 사람이라는 점을 아이 앞에서 표현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가 없는 공간에서 또 다른 엄마 역할을 충실히 하는 분은 담임선생님입니다.

자신의 아이가 적응하는데 오래 걸릴 경우 부모님은 불안해하고 어린이집의 환경, 교사에 대한 불신을 보이는 일이 가끔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아이마다 적응에 걸리는 시간이 다름을 이해해야 합니다. 대화수첩, 알림장 등을 통해 적응 과정에서 보이는 아이들의 반응과 변화 과정을 교사와 함께 나누며 편안하게 기다려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자녀와는 어린이집에서 속상했던 일보다는 좋았던 일에 대해 함께 회상하며 대화를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았던 일에 대한 대화는 어린이집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준답니다. 자녀가 어린이집에서 속상했던 일에 집중해 대화하게 되면 어린이집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 적응기간을 여러 해 진행하다보니 첫 등원부터 울지 않고 생활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낯선 환경에 놓이면 울음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행동입니다. 그래서 울음을 보이지 않는 행동도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되는 행동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의 일과 중 무리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자녀의 기질, 문화센터 등 외부에서의 경험, 성향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지켜보고 살펴봐 줄 필요가 있습니다.

새롭고 낯선 환경에서 아이들이 무서움, 공포, 부담감 등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처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등원하는 아이들은 다른 기관에 다녔던 아이들보다 적응 기간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어린이집에서는 모든 상황을 고려해 아이들이 잘 적응해 바르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