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가 집권한 이후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적폐 문제에 대한 청산작업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의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생활적폐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정부 기대와는 달리 생활현장에서는 실감이 어려운 적폐가 여전히 많다.

두 달 전 공부를 마치고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아이가 통근 문제로 도심에 있는 주택을 임차하게 되었다. 공교롭게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시장이 요동치던 때라 어렵사리 집을 구했다. 이 계약을 담당한 부동산중개사는 별다른 질문 없이 임대차계약서를 인쇄하더니 서명을 받기 전에 내용을 하나씩 읽어 가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을 듣던 필자가 한 대목 즉, “… 전입신고를 하지 않으며, 연말정산 시 세금신고를 하지 않는다”에서 중단을 요청했다. “잠깐만요. 아니 왜 전입신고와 세금신고를 하지 말라 하십니까? 이것은 임차인의 당연한 법적권리인데? 그리고 이런 내용이라면 계약서에 명기하기 전에 우리한데 미리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한 다음에 인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중개사가 곧 바로 핀잔조의 반응을 했다. “아, 예, 죄송합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요. 이 동네는 다 이렇게 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원치 않으시면 임대료를 추가로 더 내시거나, 계약이 성사가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는 집주인 아주머니를 힐끗 쳐다보면서 “사실은 집주인께서 임대업등록을 원치 않으시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신출내기 법조인이기도 한 아이는 아무 반응 없이 서명을 해야 했다. 이것을 바라보는 필자의 심정은 착잡했다. 얼마 전 정부가 발표했던 임대업활성화 정책이 생각나면서, ‘정책 담당자들은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기나 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처럼 주택 임대차계약 시에 세금공제와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임차인을 구하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임대업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준다는 정책을 만들었어도 세원과 소득 노출을 꺼리는 집주인들이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부동산중개인들은 불법인지 알지만 이런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한다. 전입신고를 하지 못하는 세입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전세자금 대출에 지원 못하는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2009년에 서민 주거안정과 소득보전을 위해 도입된 임대료 세액공제 제도의 정착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세액공제신청을 하면,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세입자가 전용면적 85m² 이하 주택에 월세로 살면서 총월세의 10%(연간 최대 750만원)를 연말정산에서 돌려받는 혜택이 있다. 현실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보는 세입자 수는 정부 기대와 너무 다르다. 정부통계(인구주택총조사)에 의하면, 2015년에 전국에서 월세로 거주하는 452만8453가구 중 세액공제 신청은 겨우 4.5%(20만4873가구)에 불과했다. 이 중에 세제상의 혜택을 본 가구는 3%였다 하니 문제가 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부터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을 가동하고 있어서 주택보유현황 및 임대소득이 모두 모니터링 되므로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 한다. 그러나 집주인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아예 하지 않고, 세입자도 전입신고나 세액공제 신청을 못한다면, 이 시스템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 세액공제 실효성 문제로 올해부터는 전입신고를 못해도 공제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하지만 공제를 신청하더라도 결국은 집주인이 이를 알게 되어 계약갱신에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을’인 세입자가 세액공제를 신청하기 어렵다는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이래서 현장과 동떨어진 전시행정, 탁상행정이라고 비판을 받는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성공하려면 담당 공직자들이 현장에 나가서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에 정책을 만들고, 그 효과도 면밀하게 분석하여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체감하는 정책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양평에도 군민들 삶을 어렵게 만드는 생활적폐들이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새 군수를 중심으로 이를 성공적으로 타파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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