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부모 가구 중 미혼모 가구가 2만2065명에 이른다는 기사와 함께 미혼모 지원을 위해 거액을 기부한 어느 기업을 칭찬하는 보도가 연 이틀 이어졌다. 미혼모가 증가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는 사회적 인식에는 미혼모에 대한 차별의 시선이 숨어 있다. ‘미혼모’라는 말도 그렇다. 미혼모는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18세 이하의 자녀가 있는 한부모 여성을 말한다.

우선 이 말은 임신과 출산은 결혼을 전제로 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을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결혼이라는 형식을 거치지 않고 아이를 낳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비난받는다. 그리고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의 책임에서 남성은 슬그머니 뒤로 빠진다. 미혼부란 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모든 책임과 비난은 여성에게만 쏟아진다.

한편 미혼은 결혼에 대한 선택과 자기 결정권을 무시하는 말이다. 결혼을 싫지만 아이를 원할 수도 있다. 이제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미혼의 미(未)는 ‘아직 못하다’의 의미다. 결국 미혼은 결혼을 못한 거라는 인식을 깔고 있는 말이다. 결혼이 선택이 영역이며 스스로 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는 ‘비혼’이 더 적합한 말이다.

비혼(非婚)은 미혼에 비해 당사자의 자기 결정과 주체적 판단을 존중하는 말이다. 아직 못한 것(未)이 아니라 안한 것(非)이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은 남녀의 사랑과 결합의 결실이다. 굳이 거기에 결혼을 전제하거나 그 책임을 여성에게만 물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미혼이 아니라 ‘비혼’이고, 미혼모가 아니라 ‘비혼모’나 ‘비혼부’가 되어야 한다.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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