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젊은층이 늘어나면서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저출산은 경제활동인구를 감소시키고 공동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등 우리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든다.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는 반인권적이고 폭력적인 것도 있었다. 몇 년 전 행정자치부가 만든 대한민국 출산지도가 대표적이다. 문제의 출산지도는 전국 243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15~49세의 여성 인구가 ‘가임기 인구지도’라는 명목으로 공개됐다.

임신과 출산은 개인의 희망과 계획으로 완성되는 영역이다. 이를 무시한 채 만든 ‘가임기 지도’는 모든 여성을 마치 아이 낳는 기계로 여긴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여성에 대한 이런 왜곡된 시선은 '저출산(低出産)'이란 말에 이미 들어가 있다.

출산(出産)은 아이를 ‘만들어 내거나 생산하다’의 의미다. 여성은 아이를 생산하는 도구로, 아이는 만들어진 상품처럼 잘못 인식될 개연성이 충분하다. 그러다보니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현상의 모든 책임을 온전히 여성에게 몰아간다.

더 중요한 점은 아이는 태어나는 것이지 만들어지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저출산은 '저출생(低出生)‘으로 바꿔야 한다. 출생의 의미는 ‘세상에 나옴’이다. 아이가 주체가 되는 단어다. 출산은 부모의 관점, 출생은 아이의 관점이다.

사회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관점은 매우 중요하다.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진단과 정책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관점은 평소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단어에 이미 함축돼 있다.

-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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