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대방의 몸을 몰래 촬영해 유포하는 범죄가 기승이다. 그리고 이런 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그래서 주말이면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열리기도 한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촬영하는 행위를 흔히 ‘몰카’라 부른다. ‘몰래 카메라’를 줄인 말이다. 언론에서도 ‘몰카와 전쟁’ ‘홍대 몰카’ 식으로 자주 ‘몰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이 단어는 쉽게 쓰기에는 그 피해가 너무 크고 심각해 좀 더 깊은 고민이 요구된다. 

몰카는 중대한 성범죄이며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몰카’는 성범죄나 사생활침해와 같은 본질보다는 ‘몰래’와 ‘카메라’라는 수단에 초점을 둔 단어다. 이로 인해 ‘몰카’가 중대한 범죄라 생각하기보다는 왠지 ‘장난’같다고 여기기 쉽다. 실제로 몰래 카메라를 소재로 장난과 재미가 섞인 방송 프로그램이 유행한 적도 있다. 

‘몰카’라는 단어는 범죄를 막고 대안을 찾는 과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인권을 보장하고 법을 지키는 방향보다는 몰래 카메라를 찾아내거나 피하는 방법 등 ‘몰래’와 ‘카메라’에 매몰된 해결안이 난무한다. 

‘몰래’보다는 ‘불법’이나 ‘범죄’라는 법률적인 면에, ‘카메라’보다는 ‘불법촬영’이라는 행위에 초점을 두는 게 맞다. 그래서 ‘불법촬영범죄’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 

말이 미치는 인식의 차이는 현실에서 엄청난 결과의 차이로 나타난다. 말 한마디에 ‘장난’이 되기도 하고 ‘범죄’가 되기도 한다. 몸을 대상화하고 도구화하는 불법촬영 자체를 강하게 처벌하기 위해서도 적합한 단어의 사용이 필요하다.  
- 최형규 서종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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