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 하시네요.”

본지가 주최한 ‘6·13 전국동시지방선거 양평군수 예비후보자 토론회’가 있던 아침 신문사로 걸려온 전화다. 이후에도 이런 전화를 몇 통 더 받았다. ‘좋은 일’이라는 표현이 양평 현실의 많은 부분을 말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스산하다.

유권자가 후보자들의 정견이나 정책을 듣고자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고, 선거운동기간이 시작되는 오는 31일 이전에는 이런 초청 토론회나 대담을 주최할 수 있는 것은 언론기관이 유일하다. 본지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군수후보 토론회를 추진하려 했으나 김선교 군수 측이 거부해 김덕수 후보만 참석하는 대담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토론회 준비를 시작할 이달 초만 해도 이미 5명의 예비후보가 군수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태였고, 많은 후보자들 속에서 선택에 어려움을 겪을 유권자들을 위해 제대로 된 정보제공과 검증기회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했다. 문제는 후보자캠프의 반응이었다.

확실히 이번 선거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어느 후보도 우위를 자신하기 힘든 상태였기 때문일까. 각 캠프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토론주제를 선정하는 문제였다.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방식으로 토론해야 후보들의 변별력이 확연히 드러날까? 가장 고민스런 부분이었다. 정책토론이 답일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흔히 학연, 지연, 혈연을 넘어 정책을 보고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고 하지만 속은 게 어디 한 두 번인가. 선거 때는 다 들어줄 것처럼 얘기하지만 당선되면 자신을 지지해준 세력들이 내미는 명세서에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하는 게 후보자가 처한 현실이다. 그래서 힘없는 군민과의 약속은 까마득히 잊게 되고.

정책토론회를 넘어 후보자가 기반하고 있는 계층, 지지를 호소하는 집단을 드러낼 수 있다면 당선 이후에 갈 길도 예측하면서 투표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욕심어린 생각을 해봤다. 물론 후보자 개인이 갖고 있는 역량과 인물 됨됨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후보자가 주도하는 자유토론을 제외한 공통질문 4가지, 개별질문 5가지에 후보자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들을 담고자 했다. 부족했지만 결심은 섰고, 토론회 개최일 10여일 전에 후보자캠프에 공통질문을 먼저 공개했다. 한편에서는 군수 뽑는데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질문을 왜 하느냐는 볼멘 목소리가 나왔다. ‘적폐’라는 낱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드러냈다. 다행히 판이 깨질 정도는 아니었다.

개별질문은 양평현안에 대한 후보자들 간의 정책적 차이를 담고 싶었다. 단골로 제기됐던 해묵은 문제보다는 양평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새로운 의제로 미래지향적인 면모를 검증하고 싶었다. 원래 토론회 당일까지 개별질문 내용을 비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이틀 전에 캠프관계자들에게 공개했다. 정식 선거운동은 시작도 안 된 상태였지만 경선을 치르는 동안 후보자들과 캠프의 피로감은 높아져있었고, 토론회가 처음인 후보들의 불안감 또한 감지됐다.

우여곡절 끝에 후보자토론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아직 항의전화가 걸려오지 않는 걸 보니 후보자캠프에서도 큰 불만은 없는 듯하다. 이렇듯 진행상황을 소상히 알리는 것은 이제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양평군선거관리위원회나 단체 등에서 계획하고 있는 후보자토론회나 대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를 타산지석으로 좀 더 발전된 토론회가 개최되길 기대해본다. 그래야 좋은 일 한다는 격려가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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