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유명 침대에서 라돈이 검출된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나서서 가습기세정제 참사와 같은 사건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는가하면, 소비자를 중심으로 수천 명이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개인용 라돈 측정기는 1년 치가 다 팔려버려 품절상태라고도 한다. 이는 시민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는 방증이지만, 과거 유사 사건의 경우처럼 정부의 대응은 혼선을 거듭하고 있어서 우려가 된다.

지난 5월10일 정부산하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라돈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D침대 매트리스의 시료 9개와 완제품을 정밀 조사한 결과, 천연 방사성인 라돈과 토론이 검출됐다”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라돈을 방출하는 것이 확인된 침대 제품 종류가 무려 2만4552개나 된다고 한다. 그런데 원안위는 라돈의 방사능 피폭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농도가 낮아서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참으로 안이한 자세라고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문이 꼭 닫혀있는 밀폐된 안방에 농도가 높지 않은 연기가 끊임없이 새어 나온다 가정해 보자. 이 방안에서 연기는 환기만 잘 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방안에 연기가 가득 차 호흡이 어렵고 결국 사람이 질식할 것이다. 농도가 낮은 라돈의 방출도 연기 발생과 전혀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라돈 가스는 연기와 달리 냄새도 색깔도 없으니 시민들은 아무 위험도 인식 못하고 생활하게 될 것이다.

정부는 1차 발표 후 닷새가 지난 5월15일자로 같은 회사 침대의 매트리스의 방사선 방출량이 기준치를 최고 9.35배나 초과한다고 발표해 시민들을 다시 한 번 놀라게 만들었다. 원안위의 2차 발표에 의하면 “D침대가 판매한 침대 매트리스 7종 모델이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의 가공제품 안전기준에 부적합한 제품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D침대의 라돈 방출량이 기준치 이하였다는 1차 발표와 다른 것은 2차 조사에는 매트리스 구성품인 ‘스펀지’를 추가해 조사했기 때문이라 한다. 스펀지를 포함해 재조사를 해보니 라돈과 토론(라돈의 동위원소)을 합친 피폭량이 방사선안전관리법의 기준을 9.35배 넘었다는 것이다. 겨우 닷새 만에 정반대의 정부 발표에 시민들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정부가 오류를 인정한 셈이기는 하지만, 시민들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필자를 갸우뚱하게 만든 발표내용은 또 있다. 침대 커버를 씌우면 피폭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관계자 설명이 있었다. 공기 중에 방출되는 라돈을 막을 수 있으니 침대커버를 씌워 그냥 사용해도 된다는 설명인데, 정말 답답함을 넘어 ‘왜 정부가 있는가?’하는 의문까지 든다. 라돈 가스가 커버를 덮으면 주변으로 새어나가지 않는다는 발표를 곧이 믿을 시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오히려 정부가 관리감독책임을 소홀히 했음을 자인하고 시민들에게 책임 있는 조치를 약속했어야 한다. 정부는 차후 점검이 필요한 생활제품은 없는지도 면밀하게 조사해 보고 안전도 기준도 재점검해야 한다. 보다 엄격한 안전 기준설정과 제품별 독성물질 검출여부를 국민들에게 알려서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양평군청도 각 가정에 라돈 가스 발생여부를 신속하고 정밀하게 조사에 나서기를 촉구한다. 중앙정부가 각 가정을 일일이 조사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으나, 물이용 부담금을 사용해서라도 선제적으로 군이 라돈 측정기를 구입해 각 가구에 한 개씩 지급하면 어떨까 한다. 이참에 친환경 청정도시를 지향하는 양평이 겉모습만 친환경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안심하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깨끗한 고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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