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피해자 A씨, 전직 공무원 권씨 검찰에 고소

2013년 당시 군 기획감사실에 항의했으나 숨기기 급급

권씨, 상습 공금횡령으로 해임 후 퇴직금 수령해 잠적

 

양평군청 사회복지직 직원이 연금을 받게 해주겠다고 장애인 가정에 접근해 억대의 거금을 챙겨 잠적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당시 군청 기획감사실은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사건 해결은커녕 고소를 무마하기만 했던 정황이 본지 취재로 드러났다.

지난 4일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에 접수된 고소장에 따르면 2011년 10월 양동면사무소 권아무씨(45)는 지적장애를 가진 아들 두 명과 며느리 등 세 장애인의 보호자인 어머니 A씨(74) 집을 찾아갔다. 권씨는 A씨 명의의 금왕리 토지 5필지(9598.6㎡)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본인에게 맡기면 보유 부동산보다 채무가 많은 것으로 인정돼 장애등록 보상금으로 매월 생계급여 및 연금 7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꼬드겼다. 또 대출금은 본인이 관리하면서 원금과 이자를 주고. A씨는 고령이니 아들과 며느리가 잘 지낼 수 있는 장애인시설을 소개해주겠다며 대출을 권유했다.

2011년 양동면사무소 직원 권씨가 장애인가정에 찾아가 금왕리 토지를 담보로 1억6700만원을 대출받아 잠적했다.

권씨를 친절한 공무원으로 여긴 A씨는 제안대로 대출 구비서류와 인감도장을 준비해 권씨와 함께 국민은행 양평지점을 찾아가 2011월 12월21일 1억700만원, 2012년 4월18일 6000만원 등 총 1억6700만원을 대출받아 현금으로 권씨에게 건넸다.

하지만 권씨의 장애수당 지급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300만원 가량을 이자 명목으로 A씨에게 줬다가 다시 가져간 이후로는 이자를 납입하지 않았고, 규정에도 없는 장애연금은 당연히 받지 못했다. 불안해진 A씨는 고민 끝에 평소 믿고 의지하던 B씨에게 사정을 얘기했다.

B씨는 2013년 4월3일 군청 기획감사실(당시 실장 한명현)을 찾아가 박기선 당시 기획조정팀장과 담당주무관 2명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사건 해결을 요구했다. 그러자 권씨는 부인과 직원 2명을 대동하고 4월18일 A씨를 찾아왔다.

권씨는 인감증명서, 공무원증, 자동차운전면허증과 아내의 주민등록증 사본 등을 주면서 고소만은 하지 말아달라며 아내 소유의 양평읍 백안리 양평벽산블루밍아파트를 담보로 제공하거나 위 아파트를 팔아 돈을 갚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권씨는 담보를 제공하지도 않았고 이후로도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지 않았다.

그러다 권씨는 2014년 1월, 공원묘지 사용료와 쓰레기봉투 판매대금 등 6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해임됐다. 해당 아파트는 2013년 12월6일 매매돼 2014년 2월3일 소유권이전등기가 제3자에게 넘어간 상태다. 퇴직금을 받아 변제하겠다고 했던 권씨는 해임으로 퇴직금을 일부 수령했으나 계속된 독촉 전화를 피해 핸드폰 번호를 바꾸고 3년 전부터 연락이 끊긴 상태다.

일정한 소득이 없이 일용직으로 생활하던 A씨의 딱한 사정을 아는 B씨가 7년간 이자를 대납해주고 있었는데, 그 액수가 4500만원에 이른다. A씨는 더 이상 권씨에게 변제의사가 없을 뿐 아니라 B씨에게 부담을 줄 수 없어 지난 4일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B씨는 지난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군의 무책임한 대처로 문제가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3년 4월 기획감사실을 찾아가 사태에 대해 알렸으나 당시 책임자는 해결은커녕 쉬쉬하며 직원들을 통해 사건을 적극적으로 무마하려 했다”며 “인터넷 도박에 빠져 있는 등 문제가 많았던 직원임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가정을 돕지 않고 파렴치한 공무원을 눈감아 줘 큰 고통을 안겼다”고 분노했다.

A씨는 “어리석게 공무원이라는 것만 믿고 전 재산을 날렸다”며 자책했다. 그는 “많이 지체됐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애들을 위해 꼭 돈을 갚아줬으면 좋겠다”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

당시 군 기획감사실 감사팀장은 이 사건을 잘 기억도 못하고 개인 간의 채무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0일 본지와 통화에서 “나는 4년 전 퇴직했다.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이 나지도 않고 사실성 여부를 떠나 해당 사건은 개인채무로 행정기관이 관여할 일도 아니고 방법도 없는 문제라 생각한다”며 “공익성을 추구하는 일과는 무관한 일이라 생각되며 공직기간 동안 공명정대하게 근무했다고 자부한다. 이 사건에 대해 자신의 이니셜을 한 자라도 밝히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흥분했다.

공무원 신분을 내세워 장애인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것을 단순채무라 생각한다는 당시 감사팀장의 답변은 수긍하기 힘들다. 그의 말대로라면 당시 이 사건으로 인해 권씨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