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동 서일대 외래교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가르는 큰 물줄기는 토지소유권을 인정하느냐 여부다. 그런데 토지의 사적소유로 성숙한 자본주의는 ‘부익부빈익빈’이라는 커다란 병폐를 갖게 됐다. 1919년 독일은 헌법 제153조 제3항에서 소유권은 의무를 수반하고, 그 행사는 동시에 공공복리에 적합하게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일본도 1946년 사유재산의 사적소유권도 공공복리를 위해 규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우리나라도 제헌헌법 당시부터 제15조에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규정했고, 제6장 경제조항을 둬 제86조(농지는 농민에게 분배)에 토지공개념적 조항을 삽입했다. 1987년 제7차 헌법 개정 당시 경제조항을 제7장에 두면서 헌법 제119조를 신설해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또 헌법 제120조(국토개발상 필요한 국토자원 등에 대한 제한), 헌법 제121조(경자유전의 원칙), 헌법 제122조(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보전), 제126조(사영기업의 예외적인 국공유화 내지 그 경영의 통제‧관리)등은 토지공개념에 따른 헌법 조항이다. 또한 토지거래허가제, 그린벨트제도, 개발부담금 제도 등도 토지공개념적 요소에 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삽입하자고 하는 것은 어딘가 석연치 않아 보인다. 아마도 보유세 강화를 위한 포석이 아닌가 싶다. 이제 거래세에 관한 세율은 상당부문 현실화돼 있는 것 같으나, 보유세에 대한 세율은 아직 낮다고 하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러나 보유세 강화에 대한 여론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도라면 보유세 인상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토지공개념 헌법 삽입 강조는 괜한 정쟁을 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 토지공개념은 자본주의가 무르익기 전부터 ‘재산권의 사회기속성’이라는 표현으로 존재해 왔으며, 보상이 필요 없는 사유재산권의 제약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 헌법은 공용침해의 형식요건으로 ‘법률형식’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토지공개념 논의는 1977년 8월 3일 당시 신형식 건설부장관이 한국경제인연합회에서 “우리나라와 같이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토지의 절대적인 사유물이란 존재하기 어려우며 주택용 토지, 일반농민의 농경지를 제외한 토지에 대해서는 토지공개념 도입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이 최초의 출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 때에 제3공화국의 성공적인 경제개발정책으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지가의 상승이 곧 지가차익으로 이어져, 이를 ‘불로소득’이라고 해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토지공개념에 대한 논의는 투기억제를 위한 도구개념으로 볼 수 있다.

그 후 10년 뒤 노태우 정부에서 1989년 9월11일 토지공개념 확대도입을 위한 당정협의안이 마련됐고, 1989년 12월30일 택지소유상환에 관한 법률, 개발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토지초과이득세법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토지공개념은 제헌 헌법 당시부터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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