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규 서종중 교장

얼마 전 용병에 대해 글을 썼는데, 독자로부터 질문이 하나 들어왔다. ‘태극전사’란 말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국가대표를 흔히 태극전사라 부르는데, 태극은 태극기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말이다. 문제는 그 뒤에 등장하는 전사다. 전사는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이다. 따라서 국가를 대표하는 운동선수에게 붙는 ‘전사’ 호칭에는 전쟁터에 나가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국가의 명예를 높이라는 요구와 희망이 담겨있다. 그런데 그 희망을 굳이 ‘전사’라는 단어에 담아야 할까?

스포츠는 전쟁에서 나왔다는 말처럼 전쟁과 스포츠는 닮은 부분이 많다. 그래서 유독 스포츠에 군사용어가 많다. ‘융단폭격’ ‘초토화’ ‘승장과 패장’ ‘승전보’ 등. 그러나 스포츠는 국경과 이념, 승패를 넘어 즐거움과 우호와 협력의 행위다. 전쟁에서 패배는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군인은 목숨 걸고 싸운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하는 운동선수에게 전쟁터의 군인 같은 정신과 행동을 요구하는 건 무리다.

‘전사’로 인한 강박이나 스트레스(?)는 국민도 마찬가지다. 스포츠를 즐기기보단 승패에 연연하게 되고, 그래서 내가 이긴 것처럼 기뻐하다가도 실망스런 경기에 바로 분노하고 비난의 창을 던진다.

함께 즐기고 항상 따뜻한 격려의 박수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전사’라는 말은 좋지 않다. 학교 운동회에서 뒤에 처진 친구의 손을 잡고 웃으며 함께 들어오는 아이들. 이 모습에서 진정한 스포츠정신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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