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우리들의 방식

‘박제가 되어 버린 천재를 아시오?’

이것은 천재 작가 이상의 <날개>에서 첫 번째로 나오는 문장이다. 그는 27살의 어린 나이에 결핵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했다. 의료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 예방과 치료를 통해 좋아질 수 있는 질병이지만 과거 이상이 활동하던 시대에는 사망자 수가 매우 많은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 인구 10만명 당 신규 결핵 환자수가 55명으로 OECD 국가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의료선진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가 후진국에서 발병률이 높은 결핵 환자수 1위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결핵에 대해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천재 작가 이상이 27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우리는 이상의 천재적인 작품들을 더 봤을지도 모른다. 그처럼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노력을 했고, 이러한 노력을 통해 오늘날 결핵은 충분히 극복 가능한 질병이 됐다. 이는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하고 이른 나이에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를 더 이상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을 통해 사회가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18년 4월16일 양평고등학교 ‘인권아리아(전 JR가디언)’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이해 작지만 뜻깊은 추모 행사를 가졌다. 아리아 소속 학생들은 직접 만든 리본을 점심시간에 나눠주는 활동을 통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와 더불어 세월호 참사를 알리는 포스터를 제작해 그들을 우리가 왜 추모하는지? 어떻게 추모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포스터 중 하나는 ‘노란 리본의 오류’를 제시했는데, 리본 끝부분이 V자 모양으로 파여 있는 리본은 그 목적이 추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축하하는 데에 있다는 점을 알렸다.

이런 활동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헛된 죽음을 맞이한 304명의 넋을 기리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만약 그들이 헛된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다면 희생자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학생들은, 이상과 같은 천재 작가로, 이순신과 같은 용감한 장군으로, 세종대왕과 같은 훌륭한 지도자로, 정약용과 같은 현명한 학자로 성장했을 것이다. 우리가 잃은 것은 단순히 숫자로 기록하는 몇 사람의 생명이 아니라 그들이 가꾸어갈 미래인 것이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은 우리의 친구이고, 선생님이고, 누군가의 가족이거나 연인이기 때문에 이들의 죽음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거나 슬퍼해야 하는 것일까? 물론 이러한 감정이 기본이 돼야 한다. 하지만 이처럼 지극히 주관적이거나 감정적인 차원에서만 그들의 죽음을 바라본다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커다란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는 그들의 삶을 공유하고, 그들의 헛된 죽음을 공감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더 이상 이와 같은 헛된 죽음이 사회적으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때 수많은 생명을 빼앗아간 결핵을 치료하는 데에 노력했듯이, 그래서 더 이상 천재 작가 이상과 같은 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헛된 죽음을 맞이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되었듯이, 또한 무책임한 생각과 대처가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병임에도 불구하고 결핵 발병률 1위라는 모순을 낳았듯이, 이제는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데에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양평고 ‘인권 아리아’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활동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고자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는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는 나름의 방식이기도 하다.

- 양평고 ‘인권 아리아(전 JR가디언)’ 함현준·전다혜·안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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