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규 서종중 교장

막장 드라마는 보통 욕하면서 본다는 드라마다. 드라마 내용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 있어 시청자의 분노를 사지만 시청률은 꽤 높다. 좀 더 자극적인 내용 전개를 원하는 시청자의 욕망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는 않지만 한 때 텔레비전 드라마의 전성기는 막장 드라마가 차지하기도 했다. 그런데 왜 이런 드라마에 ‘막장’이란 이름을 붙였을까? ‘막장’ 이란 갱도의 막다른 곳을 뜻한다. 즉, 드라마의 내용이 갈 때까지 갔다, 더 이상 이야기를 전개할 수 없을 정도까지 갔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 같다.

그러나 이는 부당하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점은 ‘막장’을 부정적 의미로 사용하는 부당함이다. 막장은 광부들의 진한 눈물과 끈적한 동료애가 서려있는 곳이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목숨 걸고 노동하는 생존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이처럼 갱도에서 목숨 걸고 일하는 광부노동자에게 막장은 가슴 먹먹한 곳이기도 하다. 황당한 설정과 자극적인 드라마에 비장한 광부들의 삶을 연계하는 발상은 그들의 삶을 무참하게 짓밟고 비하할 개연성이 높다.

특정 단어를 사용할 때는 그 단어와 삶이 직결된 사람들의 존재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내가 모른다고, 나하고 관련 없다고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더 없이 소중한 삶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막장은 갱도의 끝이지만,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희망의 공간이라는 점을 새겨야하지 않을까. 시청자의 말초적인 욕망만 자극하는 비현실적 드라마에 붙이기에는 너무 현실적인 곳이 막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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