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자유공간 ‘선물상자’ 단월면과 업무협약

지난해 9월 설립된 청소년자유공간 ‘선물상자’가 올해는 단월교회를 떠나 단월면 사우나 사랑방에 둥지를 틀었다. 지난 12일, 사랑방의 주 이용객인 어르신들에게 감사인사를 겸해 떡과 과일 등을 대접하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선물상자’(대표 이경미·이지은)는 학부모들의 자원봉사로 운영되는 아동·청소년 쉼터로, 월·수 오후 1~5시 간식을 먹으면서 누구나 자유롭게 쉴 수 있는 공간이다. 학부모들이 쉼터를 만든 것은 학생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양평 대부분 지역처럼 단월면도 대중교통 운영횟수가 적어 학생들이 귀가 버스를 기다리며 거리를 배회한다. 돌봄교실이나 지역공부방이 운영되고 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은 갈 곳도, 시간을 보낼 곳도, 간식을 먹으며 쉴 곳도 마땅치 않았다. 학부모들은 이런 아이들을 위해 지난해 9월부터 단월교회의 배려로 식당에서 쉼터를 운영해왔는데, 하루 40~50명이 이용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올해는 지난 9일 단월면과 협약을 통해 단월면 사우나 사랑방에서 쉼터를 운영한다. 사랑방은 주로 사우나를 마친 어르신들이 쉬는 공간이라 걱정도 있었지만 “젊은 사람도 오고, 애들도 왔다갔다 하니 좋다”는 반응이 예상외로 많아 희망을 갖게 됐다.

이지은 대표는 쉼터를 이용하지 않는 월·수에도 아이들이 사랑방을 찾을 것 같아 어르신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예절교육을 시키고, 뒷정리에도 신경을 쓸 예정이다. 그는 “어르신들과 마주칠 기회가 적은 아이들이 같은 공간을 쓰면서 불편한 점을 배우는 것도 좋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학년마다 하교시간이 달라 오후 1시부터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중학생으로 자연스레 이용자들이 구분된다. 대개 친구들과 함께 간식을 먹거나 놀며 귀가 버스를 기다린다.

권순호(봉상리, 단월초5) 학생은 지난해부터 쉼터를 꾸준히 이용하고 있다. 이날도 쉼터에 들어서자마자 봉사자들이 주는 떡과 부침개, 과일, 음료수를 먹으며 즐거워했다. 권 군은 “예전에는 특기적성을 안 하는 월요일, 수요일은 집에 가는 버스가 오는 오후 4시30분까지 2시간 동안 놀이터에서 놀거나 할인마트에서 군것질을 했다”며 “심심하지 않고, 좋은 음식을 돈(기부금 1000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현재 선물상자에 참여하는 학부모는 18명이다. 대부분 생업에 종사하고 있어 정기적인 봉사보다는 여건이 될 때마다 참여하고 있다. 박윤숙(48)씨는 “‘선물상자’는 학부모들이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공간이라 의미가 크다”며 “어린들이 공동체를 이뤄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고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선물상자’의 바람은 휴식뿐 아니라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엄정섭 단월면장은 “학생들 쉼터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랑방이 좁다보니 망설여졌다”며 “복지관 3층의 야구부 숙소였던 곳을 리모델링해 쓸 수 있도록 공모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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