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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화 배구심판

스포츠 경기마다 규칙이 있다. 감독과 선수는 경기를 펼치고 심판은 규칙 위반, 선수 부상, 선수나 팀 간 마찰이 생기는 경우 상황을 정리하고, 중재하며 경기를 진행한다. 농구나 축구처럼 상대 선수들끼리 몸싸움이 허용되는 스포츠부터 연기점수로 승패를 가리는 체조·피겨스케이팅, 기록경기인 쇼트트랙에 이르기까지 규칙이나 규정이 명백한 경기에도 심판이 있다. 경기장 안팎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스포츠맨, 심판에 대해 임미화(47) 배구심판과 이야기를 나눴다.

▲ 배구심판이 된 계기는… 대한체육회에서 중국어 통역을 했다. 스포츠 통역이기 때문에 종목 관련 전문용어와 규칙에 대해 이해가 필요했다. 배구선수단 통역을 자주 맡게 돼 배구 규칙이 자세히 나와 있는 심판자격증 취득 서적으로 공부를 하다 심판 자격증까지 따게 됐다. 자격증을 취득 후 서울시장기 배구대회에서 기록원을 했는데 꼼꼼히 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협회관계자가 남들보다 일찍 주‧부심으로 경기에 투입시켰고 10년째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배구심판이 되려면… 대한배구협회에서 진행하는 강습회를 수강하고 필기, 실기 시험을 거쳐 심판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종류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심판으로 나뉜다.

▲ 지원자격은… 나이, 성별, 선수 경력 유무에 상관없이 지원 가능하다. 다만, 선수 출신이 경기 흐름과 규칙 이해가 높아 심판으로 많이 활동하고 있다.

▲ 자격증을 따고 바로 경기에 투입되나… 배구 심판은 국제심판, A급, B급, C급으로 나뉘어 있다. C급은 선심과 기록심판만 맡을 수 있고, B급은 중·고교 대회에서 주심이나 부심을 볼 수 있다. A급은 국제경기를 뺀 프로와 실업 경기에서 심판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A급을 따기 위해서는 B급 심판으로 2년간 꾸준한 활동을 해야 자격이 생긴다. 국내심판 자격 취득 후 10년 이상의 경력이 쌓이면 국제심판에 지원할 수 있다. 국제심판과 국제심판 후보는 국내‧외에서 거행되는 모든 경기의 주심, 부심, 선심, 기록원을 할 수 있다. 생활체육심판도 A‧B‧C급으로 나뉜다.

▲ 갖춰야 할 것은… 심판이라면 규칙과 규정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컨디션이나 건강관리도 필수다. 객관적으로 경기를 진행할 수 있는 마음의 평정심도 빼놓을 수 없다.

▲ 어려운 점은… 처음에는 선수들이 항의할 때 판정에 대해 재빠르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것이 힘들었다. 경력이 쌓이고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관계자들과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 경기장에서는 간단한 인사 외에는 대화를 하거나 커피 한잔도 받을 수 없다. 심판으로서 권위가 떨어지는 행동을 삼가며 철저히 자기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 힘든 점이다.

▲ 수입은… 생활체육배구심판은 경기 수가 아니라 일당으로 수당을 받는다. 대회마다 차이는 있는데 하루 12게임 정도에 8~9만원을 받는다. 엘리트배구경기에서는 경기수로 받고 있고 3일에 43~46만원 정도다.

▲ 전망은… 2007년에 프로배구에 비디오판독이 도입됐고, 도쿄올림픽 체조종목은 AI심판이 100% 채점을 한다고 한다. 비디오판독 도입으로 경기 진행이 빨라지고 항의도 줄었지만 심판의 권한이 줄어드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수입이 불규칙해 가정을 유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각이 떨어지기 때문에 정년도 국제심판은 55세, 국내심판은 58세로 이른 편이다.

내 경우에는 통역이 가능해 한·중 교류전 같은 대회에 많이 배정됐다. 심판을 꿈꾸고 있다면 영어를 필수로 외국어 능력을 기르고, 일찍 시작해 국제심판에 도전해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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