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희 신원2리 신임이장

대동회도 끝나고 마을마다 새해 살림계획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올해 새롭게 이장과 마을 운영위원이 구성된 곳은 마을의 현황을 파악하고 인수인계를 거치느라 더욱 바쁘다. 일흔 한 살의 나이에 해 본 적이 없는 이장에 용감하게 도전한 박영희 신원2리 이장을 지난 16일 자택에서 만났다.

▲ 예상을 뒤집고 이장이 되셨다고 하던데… 신원2리 토박이다. 박가네 집성촌에서 태어나 양서초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19년 전에 고향에 내려왔다. 전철이 생기고 서울 집값이 올라가면서 젊은층이 많이 들어왔고, 80가구이던 마을이 260가구가 넘어섰다. 현재 이주민 비중이 80%다. 이주민과 원주민, 세대가 화합하는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고 싶은 포부가 생겼다. 노인회에서 충남 광천으로 젓갈을 사러 갔는데 이장 임기가 2달 남았다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내가 해보겠다고 출마선언을 해버렸다. 지난달 16일 투표수의 60%를 득표해 이장에 선출됐다.

▲ 주민들이 지지를 보낸 이유는… 이주민들은 쾌적한 전원을 즐기러왔는데 마을 입구의 차량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마을길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자연훼손 하지 말고 환경을 깨끗이 하자는 포부도 갖고 있다.

▲ 여자 이장이 드문데… 이장을 하겠다고 하니 “여자가 이장을 어떻게 하나” “트랙터 운전할 줄 아냐” “눈 치울 수 있냐” 등의 말이 돌아왔다.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장의 역할이다. 비료는 비료사업자가 집 앞까지 갖다 주도록 만들면 되고, 눈 치우는 일은 새마을회, 청석공원 관리는 노인회와 청년회가 맡기로 했다. 이장은 사람들이 서로 화합하고 돕도록 만들면 된다. 회계를 뽑아 수입·지출을 관리하도록 했고, 총무는 회의록 정리·기록만 맡도록 임원을 늘렸다. 전임 이장과 노인회장 5명으로 자문위원을 구성해 조언을 받고 있고, 마을 일은 운영위원회 토론을 거치고, 중요한 일은 임시총회를 열어 해결할 예정이다.

▲ 나이도 많은데 힘들지 않나… 주변에서 힘드냐고 묻는 사람이 많은데 신바람난다. 양서초 교훈이 ‘일일일선([一日一善)’이다. 차를 운전하다 장에 가는 이웃 한 사람만 태워줘도 기분이 좋다. 하루에 한 가지씩 좋은 일을 하면 기쁘고, 그 마음이 주변으로 퍼진다. 이제까지 내 가족, 내 자신을 위해 살았는데 이제야말로 다른 사람을 위한 삶, 베푸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난다. 이런저런 마을 일을 꿈꾸느라 잠을 설칠 정도다.

▲ 임기 내 하고 싶은 일은… 올해 기둥마을에 선정돼 2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올해는 청석공원, 신원공원 가꾸기와 운동기구 설치, 우수관 설치 등 그간에 얘기된 일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테마가 있는 마을, 친환경적인 마을로 가꾸기 위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계획을 세워나갈 예정이다. 마을 입구 철길 밑의 공간을 특색 있게 꾸미고, 이주민과 원주민, 세대가 함께 어울려 전래놀이도 즐길 수 있는 마을공동체 문화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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