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에서 정의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행복’, ‘자유’, ‘미덕’을 들었다. 즉, 사회구성원의 행복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사회구성원 각각의 자유로움을 보장할 수 있는지,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지를 살펴보면 정의로운지 아닌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평물맑은시장 상인회와 롯데마트가 상생협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마이클 샌델의 기준으로 보자면 소비자 입장에서 롯데마트 입점은 정의로운 결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상인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힘이 센 대기업의 대형마트가 지역의 영세한 상인들의 목줄을 틀어지는 형국이다. ‘미덕’은 커녕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도, 나은 것을 ‘선택’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누가 만든 것일까?

한 상인은 “왜 우리가 롯데마트와 경쟁에서 진다고 생각하나? 그들보다 싸고 품질 좋은 물건을 팔고, 더 친절하게 고객을 응대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며 상인들의 목줄을 조인 건 결국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자신들이라고 인정했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사람에게 하기에는 냉혹한 비판이지만 이런 결과를 낳은 건 결국 상인들 스스로다. 양평주민들이 평가하는 양평물맑은시장은 비싼 가격과 고객에 대한 불친절임을 상인 스스로도 잘 알 것이다.

지금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서로 물어뜯을 때가 아니다. 왜 소비자의 발길이 끊겼는지에 대한 뼈아픈 반성과 이를 통한 단합된 개혁의지를 세워야 한다. 지난 6년 간 상인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롯데마트와의 상생협약은 그래서 더욱 정의롭지 못하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