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혜란 주부

처음 하자센터라는 이름을 접했을 때는 어떤 뜻의 하자일까 라는 생각을 한참 했었다. ‘문제가 있음’의 하자가 아니라 ‘할 수 있다’의 하자. 긍정의 단어를 먼저 생각했어도 되었건만 이 역시 내가 긍정보단 부정의 것들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부정보다 좀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전해주고 보여주는 역할을 우리 어른들이 해줘야한다는 생각에 지평지역에서 하는 ‘하자센터 이야기 모임’은 나를 끌어들이기 충분했다. ‘함께 할 수 있다’라는 하자의 의미를 어른들도, 우리 아이들도 같이 공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전 모임 사람들과 함께 서울시의 하자센터를 방문했다. 이 센터는 1999년에 개관한 서울시 청소년들을 위한 직업체험 특화시설이다. 영상, 디자인, 웹, 대중음악, 시민문화 5가지 영역의 스튜디오에서 문화작업자로, 기획자로 아이들의 끼와 에너지를 맘껏 발산할 수 있는 작업장을 제공해주는 것이 하자센터의 첫걸음이었다. 첫걸음부터 현재 2017년까지 매해 새로운 계획으로 청소년들과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하자센터는 양평에 꼭 있었으면 하는 욕심나는 센터였다. 아이들에게 좀 더 다양하고 시대흐름에 밀접한 직업들을 체험할 수 있게 해준다는 말에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그중 하자허브카페를 들어가 보려는데 입구에서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의 아이가 자신이 직접 만든 종이로봇과 칼이라며 사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 어디서 저런 자신감이 나올까? 한두 번 장터에 나와 본 솜씨가 아니었다. 기특하기도 하고 자신이 뭘 잘하는지 알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서 이 하자센터가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카페 안에서도 작은 장터가 열리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하자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기부 받은 여러 종류의 차를 자유롭게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주방 앞에서는 카페 안에 있는 모두가 함께 먹을 수 있는 떡볶이 한 대접이 나왔다. 이 역시 무료로 아무나 먹을 수 있지만 먹고 난 다음의 그릇과 젓가락은 자신이 직접 설거지 해놓고 나오는 시스템이었다. 서로 더불어 나누되 한사람에게 짐 지우지 않고 스스로 해나가는 하자센터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카페 지하로 내려가자 분위기가 360도 달라졌다. 폐자전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이곳은 자전거 공방으로 폐자전거를 분리하고 다시 조립하고 도색하는 작업들을 통해 새로운 자전거로 탄생시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나가는 공간이었다.

바로 옆에는 목공방이 있는데 이곳도 쓰다버려진 것들로 보이는 나무 조각들이 한 무더기 있었다. 금방 쓰고 버리는 요즘의 소비문화와 오버랩 되며 쓸모없다 생각되는 것들이 간단한 도구와 기술로 생활의 필요품들로 창작돼는 것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처럼 교과서적인 직업체험시설이 아니라 실제로 아이들이 직접 계획하고 고민하여 서로 함께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알려주려는 하자센터의 모습에서 우리 지평의 이야기모임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제공해 준다면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를 아이들 자신의 의지로 결정해 나가지 않을까. 바로 큰 변화가 올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한발자국씩 아이들을 위해 걸어 나간다면 좀 더 살만한 동네로 만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떠나고 싶은 동네가 아니라 여기 있어도 살기 좋은 곳, 떠나고 싶지 않은 곳,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할 수 있다. 우리 해보자. 하자! 우리 모임은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와 금요일 저녁 7시 지평 청소년카페 날개에서 모인다.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으신 분들의 연락을 언제나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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