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외국인학생 농촌체험

외국인유학생 180명 보릿고개체험마을 방문

김치 담그고, 떽메 치며 한국 농촌문화 체험

양평의 농촌체험마을은 지난 2014년을 정점으로 하락세에 들어섰다. 체험마을이 늘어나면서 한층 치열해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수요층을 창출해야하는데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다. 외국인 유학생을 맞이한 보릿고개체험마을을 현장 취재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김장체험을 앞두고 들떠 있는 학생들.

찬바람이 쌩쌩 불었던 지난 18일 용문면 연수리 보릿고개체험마을이 아침부터 시끌시끌하다. 중앙대학교에 유학중인 외국인 학생들이 농촌체험을 하러 왔기 때문이다. 중앙대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한국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데, 농촌체험은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인기가 있어 신청 2분 만에 마감됐다.

보릿고개체험마을은 2004년부터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해 마을 전체가 농촌체험으로 체계화된 곳이다. 주요 프로그램은 슬로푸드 전통음식 만들기, 짚공예 등 전통공예체험, 계절에 따른 농산물 수확, 김장체험, 전통떡 만들기와 썰매타기 등의 겨울전통놀이체험 등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온 학생들이 김장 김치에 들어가는 무채를 썰고 있다.

첫 번째 체험은 김치 담그기다. 한파가 몰려온 아침 야외진행이라 학생들은 파란 비닐 봉투를 바람막이 삼아 하나씩 입고 김장준비 태세를 갖췄다. 비닐장갑을 끼고 지도사의 진행에 맞춰 김장을 시작했다. 70~80대 지도사들은 경력이 10년 넘는 베테랑 마을 주민이다. 지도사 옆에는 통역봉사를 하는 중앙대 학생들이 바쁘게 말을 전한다. 무채를 썰어 까나리 액젓을 비롯한 각종 양념으로 버무려진 김치속이 완성되자 절여놓은 배추에 켜켜이 묻히기 시작한다. 참가자 중에는 프랑스에서 온 학생들이 많았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프랑스의 로망 샤테니에(Romain Chateigner 21)는 "학생식당에서 김치를 먹곤 하는데 직접 만들어 보니 집에 돌아가서 친구나 가족한테 김치에 대해 더 잘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장김치 외에 백김치도 만들었다. 백김치에 배가 들어간다고 하자 학생들은 생각지도 못한 재료가 들어간다며 놀라기도 했다. 학생들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김치는 행복돌봄과에 전달돼 지역의 소외계층에게 전해졌다.

양반다리는 힘들어요~

김치를 담그고 나니 허기가 찾아온다. 식당으로 들어가니 따뜻한 방바닥에 뷔페식으로 차려놓은 보쌈이 반갑다. 외국인을 많이 맞이했던 터라 채식주의자들과 무슬림학생을 위한 채식반찬도 많이 준비했다. 접시에 야들야들한 수육과 보쌈김치, 각종 채소 반찬에 뜨끈한 된장국을 곁들이니 꽁꽁 얼었던 몸이 싹 녹는다.

숲에서 소태나무에 대한 설명을 듣고 학생들이 웃고 있다.

점심을 먹고 두 번째 체험을 하러 갔다. 트랙터 숲 산책은 트랙터에 양쪽으로 앉을 수 있는 마차를 연결한 차다. 인원이 많아 서서 가는 학생도 있다. 지도사는 오성호 보릿고개마을 위원장이다. “This is 보릿고개마을 리무진, 출발~” 학생들의 박수와 함께 힘차게 트랙터가 출발했다. 보릿고개리무진은 마을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멈췄다. 오 위원장은 지도 안내판으로 마을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다. 뒤쪽에 있던 커다란 미륵상이 천년이 훨씬 넘었다고 하자 학생들의 탄성이 나온다. 설명을 마치고 300여종의 나무들이 있는 숲으로 들어갔다. 소태나무를 소개하며 “소태(쓸개)처럼 쓰다고 붙여진 이름이며 젖을 떼지 못하는 애기에게 소태나무 액을 발라두면 금방 젖을 뗀다”고 설명을 하자 통역하는 남학생이 우물쭈물 설명을 못하기도 했다.

전통놀이 제기를 만들고 제기 차러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숲에서 내려와 전통놀이 제기를 만들고 직접 차보는 체험도 진행했다. 동그랗게 원을 만들어 처음 차보는 제기를 건너편 상대에게 차서 보내며 추위도 잊었다.

마지막은 인절미 만들기다. 시루에서 쪄낸 찹쌀을 꺼내 나무판에 꺼내놓았다. 지도사가 남학생부터 시작하자고 하자 지원자들이 나온다. 떡메를 든 중국학생은 생각보다 무겁다며 놀란다. 학생들의 응원에 힘입어 쿵덕쿵덕 떡메를 치자 찹쌀 알갱이가 점점 퍼진다. 가냘픈 몸매의 동양학생이 마지막 주자였다. 수줍음이 많아 보인 여학생이 떡메를 잡고 치는데 처음 해본 솜씨가 아닌 듯하다. 앞선 학생들이 한 것보다 훨씬 찰진 떡을 만들었다. 조물조물 콩가루를 묻히고 둥근 접시로 한입 크기로 썰어 각자 용기에 담아갔다.

얍~ 생각보다 무겁네~

슬로베니아에서 온 타나(Tana 21)은 “한국에 와서 많은 체험을 해봤지만 떡메치기는 정말 색다른 경험”이라며 “동네 주민들이 친절하고 유쾌해 더욱 즐거웠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절미 만들기를 끝으로 행사 일정이 마무리됐다.

통역을 맡았던 변지영(일어일문학과 22)은 “양평보릿고개마을의 프로그램이 체계적이어서 학생들을 인솔하고 통역할 때 훨씬 수월했다”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체험이라 외국인 친구들과 도심 속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힐링할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지난 18일 중앙대학교 '2017 2학기 3차 외국인 문화체험'에 참가한 180명의 외국인 학생과 통역을 도운 국제학생홍보대사 학생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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