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70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 중 산촌집락(山村集落)으로 분류되는 곳이 있는데, 깊은 산촌에 독특한 건주문화를 가진 전통적 민가가 형성된 마을을 말한다. 그 중 유명한 곳이 기후현(岐阜県)의 시라카와고(白川郷)이다.

갓쇼즈쿠리(合掌造り)라는 독특한 가옥이 밀집한 마을경관으로 유명하여 1976년에 일본 정부로부터 보존지구로 지정받고, 나아가 1995년에는 근처의 고카야마(五箇山) 지구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지정받았다.

갓쇼즈쿠리는 보오쿠(茅屋) 또는 카야부키(茅葺)라고 불리는 초가집인데, 기후현(岐阜県) 북부 산골은 눈이 많아 눈이 잘 흘러내리고 그 무게를 견디게 하기 위해 발달된 그 지역 특유의 가옥형태이다.

갓쇼즈쿠리 전경

경사를 약 60도로 하고 대들보와 기둥을 튼튼히 하여 두 손을 마주한 합장(合掌)의 형태로 지어진 지붕형태이다. 재료는 우리 초가집과 유사한데, 대들보와 지붕형태는 우리 기와집의 맞배지붕이 급경사로 지어진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거기다가 추위에 견뎌야 하므로 지붕 이엉의 두께도 대단히 두터울 뿐만 아니라 지붕경사가 급하므로 집 한 채의 전체 높이가 요즘의 콘크리트 건물 4층 높이에 해당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초가지붕이기 때문에 콘크리트나 석조지붕과는 달리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한 번씩 교체를 해주어야 하는데, 갓쇼즈쿠리의 평균 교체기간은 30년이다. 그런데 문제는 상당한 규모의 지붕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력이 든다는 것이다. 줄잡아 직접 공사만 하더라도 20~30명의 장정이 2~3일을 해야만 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시라카와고의 주민들은 오랜 옛날부터 이러한 작업을 공동으로 해왔다. 일본에는 ‘유이(結い)’라는 단어가 있다. 일본 사전을 보면 “모내기나 지붕갈이 등을 공동작업으로 하는 것. 특히 작은 마을이나 공동체에서 큰 노력이 필요한 일을 할 때 서로 도와서 그것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우리의 ‘두레’나 ‘품앗이’ 정신인 것이다.

갓쇼즈쿠리 내부

기록을 보면 한 집의 지붕갈이가 시작되면 남자들은 직접 노동을 하며, 여자들은 식사와 차와 술을 준비하고, 어린아이들까지 제각각 역할을 맡아 줄잡아 100명 이상의 사람이 동원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의 재료비와 인건비를 현대적으로 계산해보면 수백만엔(수천만원) 이상에 이른다고 한다. 시라카와고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고 신청할 때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이나 경관의 아름다움을 넘어 이러한 상호부조의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현재의 시라카와고는 110채 정도의 가옥이 존재한다. 그런데 1930년경 갓쇼즈쿠리의 풍경을 최초로 해외에 전한 독일의 도시계획가 브루노 타우트(Bruno Taut)에 의하면 당시는 약 300여채가 있었다고 한다. 시라카와고의 뒷산 전망대에 올라가 마을을 한 눈에 바라보면 지금도 대단한 장관인데, 당시 광경을 브루노는 “매우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건축. 대자연과 융합된 스위스의 환상인가?"라고 표현하며 소개했다고 한다.

현재에도 모든 가옥에 직접 사람들이 거주하며, 여행객들을 상대로 기념품점이나 숙박 또는 음식점 등을 영위하고 있다. 갓쇼즈쿠리를 직접 이용한 숙소만 하더라도 40군데가 넘고 음식점도 많으므로 하룻밤 묵기에도 불편함이 전혀 없다.

굳이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가옥의 내부구조를 살펴볼 수 있도록 개방한 집들이 있는데, 지붕의 내부 다락에 올라서 보니 거창하고 웅대한 위용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본의 추운 지방의 전통가옥들은 대부분 이로리(囲炉裏, いろり)라 불리는 고정식 화덕을 거실 한가운데 갖추고 있는데, 난방과 더불어 취사용으로도 쓰인다. 시라카와고에서의 하룻밤은 전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과 함께 이로리에 둘러앉아 주인이 직접 구워주는 생선을 맛보는 드문 경험도 만날 수 있다. 시라카와고 공식사이트에 게재된 통계자료로 2016년 한 해 동안 일일방문객 170만2천명, 숙박여행객 9만7천명. 전통을 보존한 노력의 대가이다.

** 사진은 모두 시라카와고 공식사이트의 사진이다. 시라카와고를 알리기 위한 취지라면 사진의 다운로드와 비영리 사용을 허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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