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을 정당화하는 말에 ‘사랑의 매’가 있다. 아주 오랜 기간 친숙하게 듣던 말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학생인권조례의 정착으로 체벌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가정에서 아이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행해졌던 부모의 ‘사랑의 매’ 또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로 보는 사회적 분위기와 법적 처벌로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도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체벌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다.

‘사랑의 매’는 모순적이 말이다. 체벌을 지지하는 쪽은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잘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매를 드는 것이라 말한다. 부모나 교사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 사랑을 매로 표현하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사랑하는 마음이라며 폭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매는 신체에 가하는 고통으로 강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폭력과 같다. 사람은 누구든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체벌과 폭력이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되는 사회는 폭력적인 사회다. 폭력이 사랑으로 둔갑해 정당화될수록 약자의 권리는 침해당하기 쉽다. 더 큰 문제는 ‘사랑’이란 포장으로 인해 침해당하는 인권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예전 부모나 교사가 아이에게 손을 대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심지어 매를 들어서라도 사람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대접받았을 정도다. 사랑은 참으로 소중한 가치다. 그래서 더욱 사랑이라는 말이 함부로 쓰여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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