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참 다양하다. 지난 14일 열린 군민의날 체육대회를 두고 여러 얘기들이 나온다. 이런 행사를 처음 접해본 이주민은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참 신선한 행사”라며 “어릴 적 고향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게 해 고마웠다”고 했다. 좀 삐딱하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어쨌든 좋았다고 하니 그냥 넘어갈 만하다.

그런데 체육대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한 이장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대회 준비하는게 너무 힘들다. 대표선수들 밥이며, 술이며 사다 먹였지만 성적을 내지 못해 욕만 들었다”며 “이제 이런 행사는 그만 했으면 좋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맞장구 쳐주며 판을 깔아주니 “사실 생돈 들여 외지에서 선수까지 초빙하는 경우도 있다. 이게 무슨 군민 체육대회냐,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며 한탄조로 넘어간다.

단상에 올라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며 입장하는 12개 읍면 선수단에게 미소 지은 채 손을 흔든 김선교 군수는 이런 사람들의 마음을 알까?

군민 체육대회는 2년마다 열리는 군 최대 행사이고, 주민들의 잔치다. 이주민이 많지 않던 시절에는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은 주민들이 함께 했다. 그 열기가 너무 과열돼 경기 도중 서로 치고 받는 싸움판이 종종 연출될 정도였다. 그게 문제가 돼 종합순위를 메기던 것도 없애고, 경기 종목도 많이 줄였을 정도니 당시의 열기가 어땠을지 능히 짐작할 만하다.

주민들의 화합과 단합을 위한 군민 체육대회가 이주민과 원주민을 갈라놓는 대회로 변질되고 있다. 주말이 아닌 평일 열리는 행사에 회사에 출퇴근해야 하는 이주민들이 참여하기란 쉽지 않다. 이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원주민들의 부담을 줄이는, 명실 공히 주민 한마당 잔치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일 것이다. 능력이 안 되면 전문가 용역이라는 방법도 있다. 행사장에 설치한 대형 모니터 임대료를 아끼면 재원은 충분히 나올 것이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