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필 포도밭의아이들 센터장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로 근무한지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수많은 추억들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011년 아이들과 함께 진행했던 ‘첫걸음’ 축제가 아닐까. 센터 밖으로 나온 첫 행사였으니까! 강상면 병산리의 ‘마나스아트센터’ 잔디밭에서 지역아동센터 7개소 이용 아이들과 가족들을 초청해 진행한 행사에서 아이들의 숨은 끼와 재능을 발견할 수 있었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었다. 이처럼 작은 축제였던 ‘첫걸음’ 행사는 아동․청소년의 축제문화를 고민하는 계기가 되었다.

활동가들은 좀 더 많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고민하기 시작했고 드디어 2012년 10월 ‘YP1318STAR’라는 아동․청소년 축제로 기획돼 양평역에서 첫 행사를 하게 된다. 결과는 예상대로 대성공이었고 다음해부터 장소를 양평군청으로 옮기고 관내 아동 및 청소년 관련 기관 7개소가 연합해 사업을 확장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축제를 그려가는 기획단의 역할인데 2013년까지만 해도 기획은 기관 실무자들의 업무였다. 하지만 행사 주체를 기관에서 청소년으로 바꿔야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게 되었고 2014년도부터 청소년이 주도성을 갖는 축제가 되었다. 청소년들의 호칭도 ‘서포터즈’에서 ‘리더스’(Leaders)로 바뀌게 된다. 작지만 큰 변화였고, 축제가 이어지는 명분을 얻게 되는 순간이었다.

청소년들은 기획부터 진행, 평가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기관 실무자들은 청소년들이 맘껏 활동할 수 있는 지지자의 역할을 했다. 청소년들의 주도성은 해를 거듭할수록 확대되었다. 2015년부터는 YP1318STAR 개최 효과도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삼성꿈장학재단’이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해 올해까지 3년간 사업비를 지원해주었고, 우수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업을 통해 지역이 청소년 문화 활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심은 지난해 군의 청소년 지원 정책 확대를 통해 용문면 ‘와락’과 양평읍 ‘별빛누리’라는 청소년문화공간으로 가시화되었다.

큰 변화였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청소년들은 열광한다. 청소년 활동가로써 매우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월9일 개최된 ‘제6회 YP1318STAR’도 많은 주민들의 참여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청소년들이 행사의 90%를 주도했다. 행사 무전기 10대 모두 청소년단원들의 차지였다. 그만큼 청소년들의 주도성이 확실했다.

청소년사업을 진행하며, 그리고 아이들의 가능성을 조금씩 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청소년 지원정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우선 타 지역의 우수사례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처음 찾아간 광주광역시의 ‘삶 디자인센터’는 청소년 진로교육을 위한 공간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자체의 결단으로 여성가족부와 시 매칭사업으로 100억원을 들여 공간을 만들었다. 공간도 공간이지만 놀란 것은 운영 프로그램이었다. 청소년공간이지만 지역의 어른과 청소년, 남녀노소 누구나 와서 목공, 손뜨개, 요리, 음악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며 세대 간 소통이 일어나고, 그 속에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디자인한다는 운영철학. 너무나 멋지고 공감이 갔다. 지금 세대 차이가 왜 심화됐는가? 핵가족화와 더불어 입시위주 삶의 테두리 속에서 세대 간 소통의 기회를 박탈당하면서 생겨난 것 아닌가?

그 밖에도 군산의 ‘달그락 달그락’, 서울 청년허브센터, 문화단체 ‘품’ 등을 찾아 청소년사업에 대한 철학을 들었다. 방문을 할 때마다 우리 아이들이 떠올랐다. 양평은 청소년 지원정책에 있어서는 후발주자임이 분명하다. 청소년문화의 집이나 청소년수련관이 없고, 활동가들도 많지 않다. 하지만 후발주자이여서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다른 지자체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꼭 수련관이 있어야지만 청소년들이 행복할까? 문화의집이 있어야지만 청소년 문화 활동이 확대될까? 많은 분들을 만나고 보고 들으면서 느껴진 것은 ‘양평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잘 그려 나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민과 관, 그리고 중간에 있는 활동가들이 서로 소통하며 함께 그림을 그려 나아가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생각해본다. ‘한 아이 잘 키우면 온 마을이 행복하다?’ 양평의 모든 아이들이 다 잘 큰다면, 만일 그럴 수 있다면.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