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현대 도시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다양성은 필수요건 중의 하나이다. 양평에 가면 이주민들과 원주민들 간에 통합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주민들이 원주민을 존중하지 않고, 마을 일에 잘 참여를 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있고, 이주민들도 나름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오랫동안 농업에 종사한 대다수 원주민과 다양한 배경의 도시생활을 했던 이주민간의 통합이 쉽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군청이 적극적으로 관련 전문가를 초빙하거나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해결에 나서야 한다.

고급 군장교로 복무했던 필자의 친구도 외가동네 주읍산 자락에 터 잡고 살면서 서울로 출퇴근을 한다. 그 친구가 외가 마을 주민이 되었다는 반가움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깜짝 놀랐다. 그는 동네 터줏대감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는 동네 사람들과 완전히 절연 상태로 살고 있었다. 실망한 필자는 “이 사람아, 그러려면 뭐 하러 시골로 이사 왔는가?”라고 핀잔을 주었다. 일전에 강하면 고향 마을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전직판사의 부인은 초면임에도 필자에게 고립감으로 인한 전원생활의 어려움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 그녀는 도시생활과 다르게 사회적 고립으로 큰 고통을 받고 있었다. 필자는 “이 동네 이장님이 친한 선배인데, 소개해 드릴테니 동네 분들과 함께 어울리시면 외롭지 않고 즐겁게 지내실 수 있을 겁니다”라고 권유했다. 그분 집이 있는 6채의 전원주택단지는 두 채가 경매로 나와 있고 두 채 주민은 가끔 주말에만 내려오고, 자신을 포함 두 집에만 사람이 상주하고 있다고 했다. 원주민들이 알 수없는 고민을 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았어도 기왕에 한 마을에 살게 되었으니 마음의 문을 열고 이웃하며 정겹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잘잘못을 가리지 말고, 나와 다른 사람을 우리의 이웃사촌으로 흔쾌히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가진 양평인이 될 수는 없는 것일까?’라고도 반문해 본다.

2002년 창조계급의 탄생(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이라는 책을 써서 도시 관련 학계의 스타가 된 플로리다(Richard Florida)교수는 경쟁력 높은 창조도시의 조건 세 가지(3Ts: Technology, Talent, Tolerance)를 제시했다. 그것은 기술, 재능, 포용력(불어로 똘레랑스)을 보유해야 경쟁력이 높은 창도도시라는 주장이다. 이 책은 뜨거운 논쟁을 일으켰다. 그 논쟁의 중심은 기술과 재능이 아니라 ‘포용력’이었다. 도시의 포용력을 게이지수(Gay Index)로 측정한다는 파격적인 주장 때문이었다. 이 게이 지수가 높은 도시일수록 경쟁력이 매우 높은 창조도시라고 했으니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이 책을 처음 읽던 필자는 그의 주장에 바로 공감을 했고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그리고 네덜란드의 암스텔담 시가 떠올랐다. 이들 모두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창조도시들이고, 동성애자 등의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는 포용정책(Inclusive Policy)을 도입하고 있다. 이들 도시에서는 소수자들도 소중한 구성원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단체나 정부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전달할 수 있고 정책결정 과정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없다. 이들은 어느 집단보다 결집력이 강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관철시킨다. 물론 소수자들의 생각이 일반인의 눈높이로 이해가 안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러나 이들의 다름이 새로운 창조로 연결되며, 시너지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도심의 차이나타운 옆에는 과거 부유한 백인들이 살다가 버린 빅토리아풍의 주택가가 있었다. 1980년대 이곳을 점유한 동성애자들이 정부의 아무런 지원 없이 주택을 수리하고 아름다운 거리로 되살리는 기적이 일어났다. 노숙자들이 득실대던 버려진 슬럼가가 예쁜 도심으로 재생된 것이다. 도심이 되살아났으니 모두가 놀랐고 이들을 향한 싸늘했던 시선도 변했다. 우리가 이해하기 어렵지만,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에 있는 유명대학교는 동성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까지 지급한다. 이들을 일반인과 다른 사람으로 여겨 지역사회가 배척하는 정책을 도입했더라도 이들이 정상인으로 바뀌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어두운 도시 구석 어디엔가 죄진 사람들처럼 숨어 살았을 것이고, 샌프란시스코의 번영에 기여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다양성이 창조성을 높인다는 증거를 찾아낸 연구가 많이 있다. 위의 세 도시도 증거가 된다. 지역사회의 포용으로 여러 계층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이 만나 화합하면, 발전의 에너지와 시너지효과가 나타난다. 도시 경쟁력이 올라감은 덤이다. 양평이 시로 승격을 기대하고 있다. 주민의 화합을 통해 수도권에서 경쟁력이 제일 높은 도시로 발전하기를 고대한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