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희 지음, 고래이야기(2016)

이제 곧 추석입니다.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도,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정말 행복한 일이지요. 하지만 고향으로 가는 여정은 험난하기만 합니다. 도로는 언제나 밀리고 운전은 힘들기만 합니다. 평소엔 유순하고 온순한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는 경우가 많지요. <뛰뛰빵빵>의 주인공 지니네 아빠도 그렇습니다. 모처럼 떠나는 가족 여행이기에 마냥 들뜨고 즐거웠는데 길은 이미 밀리기 시작해요. 조금 먼저 가겠다고 위험하게 끼어들고 뒤에 바짝 붙어서 빵빵거리며 경적을 울려대는 차들! 지니네 아빠는 점점 더 화가 납니다. 그 순간 헐크처럼 부풀어 오르는 몸을 감당하지 못한 아빠 옷이 후드득 찢어지고, 아빠는 온 몸에 털이 난 진짜 괴물로 변하고 맙니다. 아빠만이 아니라 주위의 모든 운전자가 괴물로 변했습니다. 급기야는 괴물들이 차에서 내려 한바탕 전쟁 같은 소동을 벌입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처음엔 무서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심심해집니다. 그러던 아이들은 하나둘 차에서 내려 자기들만의 놀이를 시작합니다. 서로 싸우기 바쁜 어른들은 기차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며 순간 당황하고 부끄러워합니다. 어른들은 슬며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서로 양보하면서 다시 여행길에 오르지요. 이번 명절에는 운전하다가 괴물로 변하는 어른들이 없기를, 안전운전으로 즐거운 명절 만드시길 바라며 권하는 그림책입니다. 그런데 제 마음이 뜨끔해지는 건 왜일까요?

용문산동네서점 ‘산책하는 고래’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