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홍현래 세계치킨 대표

세계치킨 홍현래·홍무길 부자

지난달 2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부실 인증 논란을 일으킨 친환경 인증 요건을 대폭 강화해 내년부터 신규 친환경 인증은 유기축산 등 동물복지형 농장에 한해 허용하고, 사육밀도도 유럽연합 기준을 적용받는다고 밝혔다. 인증 기준을 강화해 친환경 마크가 붙은 계란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한다는 내용이다.

온 나라가 ‘살충제 달걀’로 한바탕 혼란을 치루고 있는 요즘, 60년 넘도록 동물복지 수준으로 농장을 운영하고 전국 두번째로 무항생제 닭 인증을 받은 농가가 양평에 있다. 지난 1일 양평읍 대흥리 ‘세계치킨’을 찾아 대를 이어 양계업을 하는 홍현래(49)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전국 두번째 무항생제 닭 인증 ‘세계치킨’

부친의 60년 노력과 가치 알리고 싶어

 

▶ 대를 이어 양계업을 하고 있는데… “아버님(홍무길.78세)이 14살 때 양평읍 창대리에서 닭 몇 마리로 양계를 시작했으니 60년이 넘었다. 채소농사를 지었는데 당시 인분을 비료로 많이 사용했다. 비료를 구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닭을 키우면 계분을 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닭을 키우는 집은 많았지만 축산업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없던 시절이다. 닭이 한두 마리씩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농업에서 축산업으로 중심이 바뀌어나갔다.”

▶ 닭 키우는 방식이 독특했다고 하던데… “‘한 마리 먹으면 10년 젊어지는 닭’을 꿈꾸셨다. 예전에는 닭이 그만큼 귀하고 몸에 좋은 보양식이었다. 미네랄은 우리 몸에 좋지만 흡수가 안 되는 영양소다. 아버님은 몸에 좋은 성분을 닭에게 먹이면 닭을 통해 사람이 간접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다. TV 프로그램에 뭐가 좋다고 나오면 남해, 통영, 무주, 태백 등 가리지 않고 쫓아가서 잔뜩 사오셨다. 아마 그걸 건강식품으로 개발했으면 대박이 났을 거다,(웃음) 그런데 우리 아버지는 오로지 닭만 생각하고 닭에 꽂혀 사신 분이다. 그렇게 비싼 돈 주고 사온 맥반석, 게르마늄, 셀레늄, 함초 등을 잘게 부숴 닭 모이에 넣는다. 알코올보다 흡수가 빠른 식초에는 아로니아, 유황, 사포닌을 희석시켜 먹인다. 희석 식초는 미생물소독제와 함께 사육장에 뿌리기도 하는데 나쁜 균의 활동을 억제시켜준다. 그런 노력과 연구가 있어 지금까지 화학적인 것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닭을 기를 수 있었다.”

▶ 그런 아버지를 보며 든 생각은… “아버지는 참 고생스럽게 사셨다. 내가 장남이라 초등학교 6학년부터 양계일을 도왔는데 아버지 모습이 늘 눈에 밟혔다. 1980~90년대 대부분의 양계농가가 대기업에 납품계약을 맺고 공장식 생산을 할 때도 끝까지 버티셨다. 스스로 만든 사료와 효소액 등을 먹이며 무항생제 닭을 고집했다. 일은 많고 힘든데 알아주는 사람은 없고, 가격도 일반 닭과 똑같이 팔았으니 어떻겠는가. 2005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잠시 내려왔는데 그때까지도 집에 빚이 있었다. 그동안 번 돈으로 빚 갚아드리고 새 출발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버님 몸이 안 좋았다. 평생을 연구하고 노력했는데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 게 아들로서 억울하기도 했지만 심각한 항생제 문제를 소비자들도 알아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식에서 항생제 범벅으로 변한 양계

원인은 대기업 주도의 공장식 밀집사육

지금의 판 깨고 패러다임 바꿔야할 때

 

▶ 그래서 양계업을 이어 받았나… “사실 양계는 하기 싫었다. 닭 값 변동이 심해 안정적이지 않다. 집에 있는 빚 털어주고 기분 좋게 내 인생을 살고 싶었다. 여러 일을 알아봤는데 돈은 벌 수 있었지만 진로와는 맞지 않았다. 결국 양계농장을 물려받기고 결정하고 2005년 ‘세계치킨’ 브랜드를 상표등록하고 전국 두 번째로 무항생제 닭 인증을 받았다. 아버지가 해왔던 대로 항생제는 물론 합성항균제, 성장촉진제, 호르몬제 등이 첨가되지 않은 사료를 먹이고, 효소액을 비롯해 각종 미네랄 성분이 든 먹이로 닭을 기른다. 위생과 면역력 강화를 위해 햇볕이 투과되는 사육장에서 닭을 기르고, 전염병 발생에 대비해 마리당 사육밀도도 낮다. 최대한 자연환경과 유사하게 만들어 자연 치유력을 높이는데 그러다보니 생산양은 일반 양계장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창고에 각종 효소가 가득하다.

▶ 무항생제 닭, 정말 믿을 수 있나… “한국에 진정한 의미의 무항생제 닭은 드물다. 인증을 받은 농장도 마찬가지다. 몇 년 전까지도 수의사가 처방한 항생제를 필요할 때마다 사용해도 무항생제로 인정했다. 그나마 나아진 기준이 휴약 기간의 2배가 지나면 인증을 받는 거다. 보통 30일이면 도축을 하는데 15일전까지 항생제를 투여해도 검출만 안 되면 무항생제 닭이다. 말이 되나. 대기업이 양계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현실에서 무항생제는 사실상 힘들다. 대기업 위탁농은 닭을 죽이지 않고 빨리 키워서 납품해야 한다. 대개 육성율이 90%면 본전, 95% 정도는 돼야 이윤이 생긴다고 한다. 육성율이 안 나오면 기업에서 당장 자른다. 공장식 밀집사육을 할 수밖에 없고, 스트레스 받은 닭이 면역력이 약해지니 항생제를 놓는다. 생계가 달린 문제라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항생제 쓸 수밖에 없다. 대기업이 좌지우지하는 현실, 관련 법규,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한 희망이 없다. 농부들도 변해야 한다. 진짜 친환경으로 하고 있나. 판이 한번 크게 깨져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한다. 얼마 전 한 방송사가 인터뷰 요청을 해 이런 얘길 했더니 욕먹을 게 걱정됐는지 음성변조를 해서 내보냈다. 양평시민의소리는 인터뷰 한대로 실어라.”

 

친환경농업 지속되려면 소비자 의식도 변해야

닭가공품으로 상품 다변화, 해외수출 모색 중

 

▶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 같은데…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 축산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건강이나 먹거리의 가치는 가르치지 않고 폐사율, 육성율 등 경제원리만 가르친다. 학교는 친환경급식을 하겠다며 싼 가격을 요구한다. 소비자들도 친환경으로 제대로 길렀는지 여부보다 가격이 먼저다. 생활협동조합끼리도 가격 경쟁을 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지금의 무항생제 기준이 나왔다. 항생제, 성장촉진제를 쓰고도 무항생제 인증을 받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거다. 소비자 의식이 바뀌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싸고 좋은 농축산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친환경농축산물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제 값에 소비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세계치킨의 무항생제 닭과 가공식품. 양평친환경로컬푸드에서 구입할 수 있다.

▶ 유통이 제일 큰 문제인데 세계치킨은 어떤가… “인터넷과 직거래 판매, 생활협동조합 납품을 한다. 세계치킨을 믿고 거래하는 소비자가 주 고객이다. 지역 식당과 양평친환경로컬푸드매장에도 일부 납품한다. 2013년부터 삼계탕, 닭곰탕, 양념닭갈비, 참숯닭가슴살 등 육가공품을 차례로 개발했다. 무항생제 닭으로 정성껏 길렀는데 일반 MSG 들어간 양념을 사용하는 것은 용납이 안 돼 제품개발마다 1년씩 걸렸다. 우리밀, 국산콩, 유기농설탕 등 건강한 식재료를 사용했고 MSG에 마비된 우리 뇌가 맛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해산물 등을 천연감미료로 사용했다. 육가공품이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한다. 가공식품은 수익률도 좋고 레트로트 포장으로 유통도 용이해 해외진출을 준비 중이다. 현지인 입맛에 맞게 래시피를 개발하는 게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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