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파크골프협회 비회원들 속앓이

타 지역민 10만원 받고 회원가입…
“규정위반 사실 면에 알리자 보복”

 

#김정인(가명)씨는 강상면 교평리 양평파크골프장을 자주 찾는다. 나무로 된 채를 이용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공을 작은 홀 안에 밀어 넣는 경기 방식이 재미있다. 나이와 체격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을 할 수 있는데다 공을 따라 공원을 거닐다보면 금세 시간이 지난다. 자연에서 운동하는 파크골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양평군민이면 연 10만원을 내고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1000원씩 하는 골프채와 공을 빌려 무료로 파크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다. 김씨도 그렇게 파크골프를 즐겨왔다. 회원이 되면 월례대회 등 각종 크고 작은 대회 참가자격이 주어지지만 당분간 여가 선용과 운동에 전념할 생각에 회원 가입을 미뤘다. ‘은퇴 후 노인운동’으로 이보다 더 좋은 종목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강상면 교평리 양평파크골프장에서 동호인들이 경기를 하고 있다.

◇규정 어겨 군민에게 2000원 징수…
   회원가입 유도했다 슬그머니 폐지

양평파크골프장에는 하루 평균 300∼400명의 이용객들이 몰릴 정도로 평일 휴일 구분 없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건강증진과 친목도모라는 1석2조의 효과로 노인층 사이에서 파크골프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100세 장수시대를 맞이해 파크골프장에서 운동을 하며 심신을 단련하는 사람들이 양평파크골프협회의 차별에 난데없는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회원과 비회원을 차별대우하는 협회 일부 인사들의 태도 때문이다. 차별에 협박까지 받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모두 ‘회원가입을 안 한 양평군민’이다.

회원 가입을 미루고 파크골프를 즐기던 김씨도 몇 달 전부터 찾아온 변화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협회 몇몇 임원이 무료입장하는 군민들에게 회원가입을 종용하고 심지어 구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심지어 마스크 착용 금지 등 경기장 규칙도 회원에겐 관대하나 비회원에겐 철저하게 적용한다”며 “비회원들이 이런 행태에 공포감을 느껴 눈치를 보는 등 제대로 운동을 하지 못하는 지경”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협회는 지난 4월 이희원 회장 취임 이후 한 달 남짓 기간 동안 군민에게 2000원의 입장료를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양평군 체육시설 관리 및 운영조례’에 따르면 양평군민은 군내 체육시설 사용료를 전액 감면받는다. 한 파크골프 동호인은 “협회가 회원가입을 유도할 목적으로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군민에게 입장료를 받는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 임원들이 일부 비회원들을 차별하는 이유 가운데는 공익제보에 대한 보복 성격이 짙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 10만원을 내고 가입하는 회원은 양평군민만 할 수 있고, 타 지역주민은 입장료를 받는 대신 회원 가입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협회는 일부 타 지역주민들에게 10만원씩 받고 회원에 가입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한 동호인은 “이런 사실을 강상면사무소에 제보했고, 면사무소에서 협회에 통보해 모두 환불 조치한 것으로 안다”며 “이런 일이 있은 이후 몇몇 협회 임원들이 제보자를 향해 ‘가만 안 두겠다’는 등의 협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희원 협회 회장은 “회원가입서에 기재한 주소를 일일이 확인할 길이 없어 타 지역주민 11명이 회원으로 가입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모두 환불 조치했다”며 “협회 임원이 제보자에게 협박을 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위 ‘주동자’로 낙인이 찍힌 동호인들은 회원가입을 하고 싶어도 협회가 받아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한다. 한 비회원은 “협회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운동을 하고 싶어 회원가입을 하겠다고 했는데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며 “면사무소에 제보한 것을 두고 협회 일부 임원이 보복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평군·강상면 “협회 일”… ‘나몰라라 방관’

양평파크골프장은 2015년 양평군이 조성한 체육시설로 강상면사무소가 시설 관리를 하고 양평파크골프협회가 운영을 하는 형태다. 지난달 5일에는 강상면과 협회가 효율적인 파크골프장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은 면이 부대시설 관리 및 운영을 지원하고, 협회는 이용객의 질서 유지와 잔디 깎기 등 환경정비를 상호 협력 하에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협회가 조례 규정을 어겨가며 타 지역주민들에게 회원가입을 받고, 양평군민인 비회원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며 차별대우하는 등 말썽을 빚고 있는데도 양평군은 나 몰라라하는 식의 무책임한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군과 면은 “협회 내부의 일을 행정기관이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힐 뿐 어떠한 문제 해결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면 관계자는 타 지역주민들의 회원가입 사실 등에 대해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반문하는 등 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한 전직 협회 임원은 “과거에는 군의 지원 없이 회원들이 파크골프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분위기였다. 운동을 마친 동호인들이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해 골프장 일대 식당이 호황이었을 정도로 지역경제 발전 측면에서도 기여를 했다”며 “양평군민과 전국 동호인들의 여가선용의 장이 되어야 할 양평파크골프장이 지금은 협회를 위한 곳으로 전락하는데도 행정기관은 팔짱만 끼고 있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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